◎직원들 구두·점자·녹음보고 고민중/길안내 맹도견 「루시」도 “이젠 공무원”영국 최초의 시각장애인 장관이 된 노동당의 데이비드 블런케트(50) 의원은 과연 어떻게 집무할 것인가. 3일 토니 블레어 총리로부터 교육·고용장관에 임명된 그는 태어날 때부터 전혀 앞을 볼 수 없는 맹인. 때문에 그의 집무 스타일도 정상인 장관과는 크게 다를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업무보고 방식을 놓고 공무원들이 고민에 빠졌다. 장관이 필요로 하는 정보는 담당공무원들이 직접 구두 또는 점자로 프린트하든가 녹음해서 보고해야 한다. 보고내용을 녹음할 경우 공무원들이 다룰 수 있는 보고서 분량은 줄어들 수 밖에 없으며 대략 하루에 2백자 원고지 40쪽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가 등청할 때는 캐나다산 래브라도 리트리버 맹도견 「루시」가 길을 안내하게 된다. 87년 셰필드 브라이트 사이드에서 하원의원으로 당선, 맹인으로는 최초로 웨스트민스터에 출입한 그를 따라다니는 이 견공은 이번에는 교육·고용부의 「공무원」이 된 것이다.
빈농출신으로 4세 때부터 맹인특수학교에 다닌 블런케트는 이스트 미들랜드의 한 가구공장에서 일하며 셰필드 대학을 졸업한 뒤 70년 셰필드 시의회 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했고 80년부터 8년간 시의회 의장직을 맡기도 했다. 맹인이라는 이유로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것을 극히 싫어하는 그는 『과거에는 자립정신을 입증하기 위해 도움을 거절했지만 이제는 내가 맡은 일을 어떻게 잘 해나갈 것인지를 제외하고는 입증해야 할 것이 없다』며 장관직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이장훈 기자>이장훈>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