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씨에 이권특혜주고 사업자금투자” 판단/김덕영씨가 김씨에게 준 3억원 이씨계좌 입금검찰의 김현철씨 비리수사는 현재 이성호 전 대호건설 사장 관련의혹 규명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4일 『현철씨와 관련한 이씨의 역할이 최소한 이미 구속된 박태중씨보다는 훨씬 크고 결정적이라는 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는 이씨가 현철씨의 「자금관리인」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현철씨가 거액의 대선잉여자금과 동문기업인들에게서 받은 「활동비」 등의 자금운용을 이씨에게 맡겼다는 의혹이다. 특히 현철씨가 이권에 개입, 이씨에게 특혜를 주고 사업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의 커넥션이 이루어져 온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현철씨의 자금규모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현철씨의 돈이 이씨의 계좌로 흘러들어간 사실을 이미 확인했다. 두양그룹의 김덕영 회장이 현철씨에게 준 수표 3억원도 이씨 계좌로 입금된 것으로 드러나 구체적인 「증거」도 확보된 상태다.
검찰은 특히 이씨가 현철씨의 자금을 양도성예금증서(CD) 등 금융자산형태로 은닉해 주었고 일부 자금은 대호의 사업자금에 투자해 불려준 것으로 확인했다. 그러나 이 돈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이 비자금중 일부를 한보나 대우, 쌍용 등의 기업에 빌려주거나 맡긴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현철씨가 이씨에게 맡긴 돈은 단순히 은닉차원이 아니라 「증식」을 전제로 투자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점이 이씨와 관련된 주요의혹들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 2일 이씨가 설립한 (주)동보스테인레스(대표 김동식)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동보스테인레스는 이씨가 94년 12월 설립한 뒤 포철로부터 대전이남의 스테인리스강 독점 판매권을 따낸 회사. 자본금 10억원을 설립자금으로 해서 창업 1년만에 8억8천만원의 순이익을 남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셈이다. 검찰은 이 회사의 설립자본금 10억원과 운용자금 11억3천만원에 김씨의 비자금이 유입된 혐의를 상당부분 확인했다. 현철씨가 과연 동보의 사업특혜에 관여했는지가 앞으로 남은 수사의 초점인 셈이다.
또 이씨가 95년 대호빌딩을 매각한 자금을 빼돌려 서울 동작, 관악 등 전국 7개 지역유선방송국을 매입한 경위도 의혹의 도마위에 올라있다. 대호빌딩은 H전자가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빌딩소유권은 H전자로 이전되지 않아 위장매각의혹이 일고 있다. 이과정에서 현철씨가 빌딩매각과정에 개입됐거나 최소한 현철씨의 자금이 유선방송 인수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
이밖에 이씨의 ▲관급공사 대량수주 ▲영동고속도로 소사휴게소 운영권획득 경위와 ▲경기 광주군 청남골프장 매입자금 2백50억원의 출처 등도 현철씨와 연결되는 커넥션 의혹항목에 올라있다.
이씨는 지난해 사업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갔으나 곧 귀국해 국내에 체류하다 지난 2월4일 미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했다. 검찰은 『이씨가 귀국하지 않으면 횡령등 개인비리로 회사재산을 보전하기 힘들 것』이라며 측근들을 통해 귀국을 종용하고 있다. 이씨가 곧 귀국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으나 아직은 본인이 검찰에 귀국의사를 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이태희 기자>이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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