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연 “곧 회복될 것” V자론/재경원 “상당기간 침체” L자론경기저점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4일 경기침체가 올 연말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상반기에 저점을 지난다」는 일부 민간연구소나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분석보다 상당히 어두운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의 주력품목인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이 국제가격의 회복으로 수출이 증가, 4월중 전체 수출증가율이 마이너스에서 7%증가로 반전되자 경기회복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과연 침체의 늪에 빠진 경기는 연내 회복이 어려운가』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자 전경련에 앞서 주요 연구기관들이 경기전망을 잇따라 내놓았다. 하지만 저점에 대한 전망은 2·4분기(KDI), 3·4분기(통계청), 4·4분기(전경련) 등으로 제각각이다. 일부에서는 경기저점에 대한 성급한 논쟁이 경기부양책을 유도하는 것이라며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 경기논쟁이 「저점」보다는 「경기 회복시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조만간 저점을 지나 곧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V」자형이냐, 저점이 연말께나 되며 그나마 저점이 지나더라도 회복속도가 빠르지 않다는 「U」자형이냐로 압축된다.
이날 발표된 전경련의 전망은 「U」자형에 가깝다. 전경련은 업종별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86으로 낮은데다 수출도 엔화약세가 계속되는 등 뚜렷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통계청도 10월께 저점에 이르지만 회복은 상당기간 걸릴 것이라고 예측, U자형 전망을 했다.
반면 KDI는 3, 4월이 바닥이지만 연말에나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현대경제사회연구원 등 일부 민간연구소는 4월이 바닥이며 서서히 회복세를 띨 것으로 각각 전망했다. 세계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최근 수출증가가 2·4분기부터 경기를 회복세로 반전시킬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또 재고율지수가 바닥을 지났고 경기선행지수가 회복세로 돌아선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중 민간연구소의 전망은 V자형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전경련의 가세로 U자형 전망이 우세를 띠게 됐는데 이는 최근 경기침체가 경기순환적인 측면외에 구조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구조가 과거 경공업중심에서 대규모장치산업 위주로 바뀌면서 생산과 재고조정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상품 경쟁력도 크게 떨어져 수출이 환율 등 대외여건에 좌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경기가 저점을 지나더라도 오랜기간 저점부근에서 오락가락할 것이라는 소위 「L」자형 전망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정경제원 정지택 정책심의관은 『우리경제가 구조적인 장애에 빠져 있는 만큼 경기저점을 따질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 상태에서의 부양책은 반짝 경기를 불러올지 모르지만 길게 보면 경기를 더 심각한 침체에 빠뜨릴 것이라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아무튼 현재로선 ▲연내 경기회복은, 특히 체감할 수 있을 만큼의 회복은 어렵고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한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과 처방이다.<정희경 기자>정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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