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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자금,공개해야 할 이유(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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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자금,공개해야 할 이유(사설)

입력
1997.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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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사건 처리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1992년 대통령선거자금 문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제기되어 정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야당은 과거 여당실무자의 폭로를 계기로 대선자금 공개를 요구하고 있고 여당은 이회창 대표의 여야 모두 공개 주장으로 갈등을 빚어 국민들에게 궁금증만 더해 주고 있다. 의문속에 가려져 있는 여당의 대선자금 문제는 단순한 공개 불가입장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오는 대통령선거를 돈 적게 드는 깨끗한 선거로 치르기 위한 전기로 삼기 위해서도 김영삼 대통령은 이를 밝혀야 한다.법정선거비용 한도액이 387억원인 지난 대선때 김영삼 당선자는 284억원을 썼다고 신고했지만 이를 믿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 돈잔치의 선거였던 것이다.

그동안 돈선거의 표적은 여당에 집중됐다. 김대통령은 지금까지 대선자금에 대해 노태우 전 대통령의 탈당, 중립선언 이후 한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강변했지만, 야당은 이를 믿지 않았다. 이번 여당의 경리실무자가 3,127억원을 폭로했다가 부인했지만 공조직에서만 3,000억∼4,000억원을 썼으며 전체적으로 1조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노 전대통령의 아들이 선거때 쓸만큼 주었다는 한때의 발언도 의구심을 더하게 해주었다.

야당의 공개요구 공세에 대해 여당은 「사실무근」이며 「정략적」이라고 반박하지만 대선자금은 김대통령에게 있어 정치적 위상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제다. 만일 법정경비 이상 사용했고 노씨건 재벌들에서건 거액을 지원받은 것이 사실일 경우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기 때문이다. 즉 두 전직대통령을 비자금으로 법정에 세우고 또 정경유착의 단절을 강조했던 주장들이 일거에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김대중 총재가 대선자금문제로 강도높게 압력을 가하는 배경은 분명하다. 지난 선거가 불공정함을 부각시켜 대선 재도전의 명분을 세우고 이른바 대선정국을 주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이 문제는 지나치게 정치적인 목적 차원에서 규명되는 것은 곤란하다.

어느 면에서 여당이 대선자금을 완벽하게 밝히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혹시나 김대통령측에서 관장한 것도 있고 민주산악회와 김현철씨의 청년조직 등 이곳저곳에서 자의로 거두고 또 썼을 것이어서 완전한 집계는 곤란할 것이다. 그러나 대선자금을 「공개가 어렵다」고 넘길 수는 없다. 김대통령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최대한 확인, 취합해서 모금과 지출규모를 밝힐 의무가 있다. 사실 완벽한 대선자금의 규모는 받은 사람이 밝히거나 준 사람 또는 관리자가 폭로하기 전에는 미궁에 가려질 것이다. 그러나 훗날 예기치 못한 폭로와 진실이 불거졌을 때 입을 부담과 상처는 엄청날 것인만큼 김대통령은 오는 대선을 깨끗하게 치르기 위해서도 정경유착을 단절하기 위한 교훈으로 삼기 위해서도 하루속히 밝혀야 한다.

아울러 여당은 대선자금공개의 불가보다 떳떳하게 밝힌다는 당론을 세워 국민에게 새모습을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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