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년간 영국에 저항해 온 아일랜드공화군(IRA)은 이번 총선 1개월전부터 북아일랜드에서 「주특기」인 폭탄테러를 중단했다. 이유는 단 하나. 총선에 출마한 IRA 정치조직 신페인당의 당수 제리 애덤스를 당선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 애덤스는 결국 5년전 총선 패배를 설욕하면서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서부 선거구에서 낙승했다. 함께 당선된 신페인당 소속 다른 후보들과 중앙 의회에 진출할 길을 뚫은 것이다. 하지만 신페인당 후보들의 당선이 공식적인 의원직 활동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들은 의원이 되기 위해 먼저 영국 여왕에 충성을 맹세해야하는 의회규정을 전통적으로 거부해왔기 때문이다. 이들의 총선 참여는 결국 의회진출이 아니라 구교 주민들의 지지를 대내외에 확인하기 위한 속셈이었다.그럼에도 불구, 14년간 신페인당을 이끌어 온 애덤스는 새로이 출범할 토니 블레어 정권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블레어는 선거유세를 통해 6월3일 재개될 북아일랜드 평화협상에 신페인당 대표의 참여를 주장하는 등 신페인당에 대해 보다 전향적이고 유연한 태도를 취해온 탓이다. 애덤스도 블레어의 유화 노선에 적극 화답해왔다. 유세기간에 블레어에 대한 지지를 숨기지 않으며 노동당 정권이 탄생할 경우 자신도 북아일랜드 평화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노동당 승리와 함께 북아일랜드 사태에 대한 낙관론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블레어 정권도 신페인당과 어느정도 거리를 유지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북아일랜드의 최대정치세력 얼스터동맹당(UUP)이 블레어 정권에 대한 견제의 눈초리를 번뜩이는 데다 노동당내에서도 신중론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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