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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회담’의 허와 실/윤덕민(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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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회담’의 허와 실/윤덕민(전문가 진단)

입력
1997.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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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급부 극대화 노린 상투적 북 행태/일희일비 대응보다 ‘본질’에 초점을70년대말 미국의 카터정권은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해 남북한 및 미국의 「3자회담」을 추진했다. 한국의 부정적 입장에도 불구하고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인도네시아의 발리섬에서 남북한 및 미국의 고위당국자가 참여하는 3당국회의를 제안한 것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두 개의 조선」을 영구화하려는 「교활한 음모」라고 비난하면서 이 제안을 거부했다.

그리고 5년뒤 아이러니컬하게도 북한은 그토록 맹비난하던 「3자회담」을 스스로 제안했다. 한국대통령을 암살하려 했던 랭군사건으로 국제적 비난에 직면하자 사건발생 3개월만인 84년 1월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3자회담을 제의한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제안은 당시 레이건정권의 지지를 끌어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후 한미양국에 의해 철저히 외면당해왔다.

그러나 미국에 클린턴정권이 들어서면서 분위기는 미묘하게 바뀌었다. 핵카드를 거머쥔 북한정권은 미국과의 제네바 합의를 계기로 정전체제를 무력화하는 행동을 취하는 동시에 무력해진 정전체제를 대체할 새로운 한반도의 평화체제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미북간의 협상이 필요하고 한국은 옵서버로 참가할 수 있다는 북한식 3자회담 개최를 주장하기에 이르른다.

북한의 주장은 비록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70년대말 카터정권의 3자회담제안과 당시 진보적 미국학자들이 주장하던 한반도 평화해결방안과 비교해 볼때 놀라울 만큼 일맥상통하는 점이 있다.

이는 명백히 클린턴정권이 민주당정권으로서 카터와 같은 노선을 취할 것이라는 기대하의 계산된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이와같은 북한의 공세에 맞서 한미측이 역제안한 것이 바로 4자회담이다.

정치·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북한은 지난 3월 3자설명회때 4자회담에 대한 부정적 입장에서 일신하여 대규모 식량지원, 경제제재완화 등이 선행될 경우 4자회담에 응할 수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20일 뉴욕에서 열린 3자설명회에서 북한은 기대와는 달리 갑자기 「3+1」형식을 제안하고 나섰다.

「3+1」이란 4자회담을 열기에 앞서 남북한과 미국이 참석하는 3자회담을 열고 이후 여건이 조성되면 중국이 참여토록 한다는 방식이다. 한미측이 4자회담에 대한 북측의 수락을 예상하고 기다리는 가운데 북한은 느닷없이 대미관계개선과 식량지원을 담판짓는 3자회담이 필요하다고 나선 셈이다. 북한의 이러한 행태는 사실상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며 4자회담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한 여러단계를 두어 그 단계마다 반대급부를 극대화하려는 전형적인 협상행태의 일면일 뿐이다.

북한의 이와같은 태도에 대해 우리가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4자회담은 정책목표가 아니며 어디까지나 국익을 관철하는 정책수단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4자회담개최에 힘을 기울이기 보다는 4자회담을 통해 어떻게 우리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느냐가 우리의 관심사항이다. 따라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한다면 이는 4자회담 성사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그리고 평화적 통일이라는 우리의 사활적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 그 과정에서 4자회담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모색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북한체제는 세계 최장수 독재체제로서 조직피로, 체제피로로 인한 구조적 모순의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평가되며, 그 결과 한반도정세는 그 어느때보다도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이와같은 상황에서 북한이 4자회담에서 남북간 평화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따라서 4자회담에서 평화체제 전환을 이루겠다는 성급하고 적극적인 접근보다는 북한을 가능한 한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여 한반도의 안정을 꾀하는 위기관리적인 유연한 접근에 초점을 두어야할 것이다.

결국 4자회담은 협정을 통한 일괄적 타결 등과 같은 외형보다는 실질적 평화의 점진적 구축에 초점을 맞추어 중장기적 구상을 가지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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