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박 고문 등 “공개” 목청/여론 감안한 정치적 선택… 불가론 꼬리 감춰/“어떤식이든 입장 표명” 대세대선자금 공개문제를 둘러싸고 신한국당내 각 대선주자 진영에 기류변화가 일고 있다. 대선자금 공개문제에 대한 신한국당 대선주자들의 종래 입장은 크게 소극적 불가, 소극적 가능, 적극적 가능으로 대별돼 있던 상태였다. 이회창 대표와 박찬종·이수성·김윤환 고문이 소극적 불가쪽이었다면, 이홍구 고문과 이한동 고문은 소극적 가능, 김덕룡 의원과 이인제 경기지사는 적극적 가능쪽이었다. 가와 불가로 단순구분하자면 4대 4의 「균형」이 이루어져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회창 대표가 1일 시민토론회에서 여야를 불문한 대선자금 공개 필요성을 제기하고, 박찬종 고문이 2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적 입장」에서의 대선자금 공개 필요성을 거론하면서 「대세」가 공개 불가피 쪽으로 기우는 양상이다. 또 전모 공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당시 상황을 고백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입장표명」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정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대표와 박고문의 입장선회는 대선자금 문제에 대한 국민일반의 여론을 감안한 정치적 선택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 해석이다. 이대표는 2일 자신의 발언이 대선자금 공개불가 입장을 천명하고 있는 청와대와 마찰을 빚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음에도, 해명이나 수위조절을 시도하지 않았다. 이대표는 박관용 사무총장이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대표의 시민토론회 발언은 대표자격이라기보다 대선주자 자격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생각한다. 대선자금에 관해선 공개할 내용이 없다』고 말한데 대해 『대표 자격이냐 경선주자 자격이냐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딱 잘랐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선자금 공개는 피할 수 없는 일이며, 당대표의 자격으로 한 이야기인만큼 지금까지의 공개불가 「당론」으로 자신의 발언을 「재단」해선 안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찬종 고문도 이날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대선자금 공개논의는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전제,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적 입장에서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고문은 지난해 입당무렵 김영삼 대통령에게 대선자금공개를 건의한 바 있으나 최근 들어선 『대선자금공개가 브레이크 없는 트럭처럼 나라를 파국의 소용돌이로 몰고 가선 안된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
이대표와 박고문의 입장변화는 『대선자금의 진상을 가능한한 규명하되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이홍구 고문) 『영욕으로 얼룩진 정치시대를 정리하고 청산하는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이한동 고문)는 소극적 공개론, 『대선자금 공개는 선택과 결단의 문제로, 어떤 식으로든 매듭을 짓고 넘어가야 한다』(김덕룡 의원) 『불법의 의혹이 있다면 시간의 제한을 받지 말고 실체가 규명돼야 한다』(이인제 지사)는 적극적 공개론과 맞물려 탄력을 얻고 있다. 신한국당 대선주자들 사이에 형성되고 있는 공개 불가피론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이대표측과 청와대측이 갈등 양상을 보이던 데서 나아가 대부분의 다른 대선주자들까지 『어떤 식으로든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 김대통령이 느끼는 압박감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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