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가출 여학생들 찾아나섰다/숙소 추정 공사장서 미끄러져 추락 사망남의 자식이지만 부모로서의 도리를 외면하지 못한 한 아버지가 「아버지의 날」에 의롭게 숨을 거두었다.
2일 서울 방지거병원 영안실 신일범(41·백화점 경비원)씨의 빈소에서는 아들(14·서울K중 3년)이 『아빠,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돌아와 주세요』라며 목을 놓아 울었다. 자신의 가출이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데 대한 자책감 때문이었다.
신군은 지난달 28일 방과후 「폰팅」(전화 미팅서비스)을 통해 알게된 우모(13·서울K여중 2년)양 등 가출여학생 3명과 만나 광진구 구의시장 부근 건축공사장에서 밤을 지냈다. 그날 밤 아버지 신씨와 어머니 함모(37)씨는 외아들을 찾아 헤맸다.
아버지 신씨는 이튿날 학교앞에서 담임선생님의 눈에 띄어 귀가한 아들을 크게 꾸짖고 용서를 해 주었다. 그러나 아들로부터 함께 지낸 여학생들에 관한 얘기를 듣고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여학생들을 그대로 두었다간 큰 일이 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앞섰다. 『꼭 찾아서 부모손에 쥐어주겠다』고 마음먹은 신씨는 아들에게 여학생들과 다시 약속을 하게 한뒤 1일 하오 5시 광진중앞 약속장소로 갔다. 다행히 여학생들을 발견, 우양을 붙잡아 가족에게 넘겼으나 백모(13·K여중 2년) 김모(13·〃)양은 달아났다.
신씨는 이날 밤 11시에 다시 약속토록 해 구의시장옆 놀이터로 나갔으나 여학생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혹시나』하고 아들 신군이 밤을 지냈던 공사장으로 갔다. 캄캄한 공사장 계단을 라이터불로 밝히며 5층 건물을 오르내리던 신씨는 3층 계단에 버려진 빈 음료수깡통을 밟고 미끄러져 9m 아래 시멘트바닥에 굴러 떨어져 숨졌다. 백양 등은 신고를 받은 경찰이 이튿날 발견, 부모들에게 인계됐다.
백양 등의 부모는 신씨가 숨졌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빈소를 찾았다. 백양 등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찾아 가정의 품에 안겨주려다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죄송스럽다』면서 『요즘 세상에 보기드문 의로운 분』이라며 고개를 떨구었다.<이동준 기자>이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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