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일정은 금물/마지막 날엔 애정확인 프로그램눈을 감고 할머니 얼굴을 만져보자. 딸과 아들, 남편과 아내의 얼굴을 어루만져보자.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맞춰보자. 눈으로 볼때는 못느꼈던 주름과 솜털의 느낌이 오히려 생생하게 다가올 것이다.
5월은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는 달. 가장 가까운 사이이면서도 정을 표현할 기회를 많이 갖지 못한 가족이 가슴속 깊이 간직해온 사랑을 확인하는 데는 가족캠프가 적격이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자녀들과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짜는 일에서부터 가족사랑은 두터워진다.
부모와 자녀를 이어주는 가족캠프를 많이 기획했던 서울 YMCA 청소년사업부 전상무(38) 간사는 『기본만 알면 가족끼리 캠프 계획을 짜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다』고 들려준다.
가족 캠프를 계획할때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계획단계부터 온 가족이 참여하라」는 것. 단 어린이들은 막연한 상태에서는 제대로 이야기를 못하므로 △역사 유적 △볼거리 △먹거리 라는 주제에 따라 몇 군데 장소를 골라 자료를 제시하며 자녀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 좋다. 전간사는 『가족 캠프는 가족끼리 함께 체험하는 시간을 많이 갖는 것이 좋으므로 오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장소보다는 가까운 곳이 좋다』고 제안한다. 되도록이면 물과 산을 함께 체험할 수 있는 자연 속이 좋다. 또 한 가족보다는 외가나 친가의 대가족이 모이는 것이 더 좋다.
두번째 원칙은 대중교통수단을 활용하라는 것. 자동차를 가져가다보면 차 세우는데만 2, 3시간이 걸리고 때로는 차를 관리하는 것이 짜증거리가 되기도 한다. 대중교통수단을 가족이 함께 타고 가는 것 자체가 벌써 교육이 된다. 캠프가 어려우면 교외선 경춘선 같은 근거리 기차만 한번 타고 와도 좋다. 그림으로만 보던 어촌풍경, 시골장같은 것을 부모와 직접 본다는데서 어린이들은 뿌듯한 보람을 느낀다.
노인이나 어린이가 모두 함께 해야하는 가족캠프는 좀 느슨하게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 요령. 구체적 활동은 취침과 식사시간을 정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캠프에서 취학전 어린이는 10시간을, 초등학생은 8시간은 재워야 대낮에 활발하게 뛰어논다. 대개 하오 10시쯤에 재우면 된다. 아침 식사는 상오 8시, 점심은 하오 1시, 저녁은 하오 6시로 배정한다. 식사시간은 느긋하게 2시간. 『반드시 온 가족이 참여하여 식사 준비를 하라』고 전간사는 들려준다. 설겆이를 할때는 주위 청소까지 하면 환경교육이 된다.
이제 본격적인 계획짜기. 오전에는 대화와 산책같은 정적인 활동을 오후에는 동적인 활동을 넣는다. 재우기 전에는 「화톳불 이야기」시간을 잡아 랜턴을 밝히고 이야기책을 읽어주거나 아버지나 어머니가 어렸을때 이야기를 들려준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체험담은 부모세대보다 손자세대가 더 좋아한다.
날짜별로는 첫날에 퀴즈풀이 대화로 가족끼리 의외로 몰랐던 부분을 발견하는 시간으로 꾸민다면 마지막 날에는 서로가 애정을 다짐하는 프로그램을 넣는다. 나뭇잎과 돌 등 자연물을 이용한 선물 만들기도 좋고 서로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편지로 쓰거나 녹음기에 담아 들어보는 마무리도 좋다.
전간사는 『가족캠프도 캠프다우려면 구성원 전체가 규칙을 잘 지키고 지도자 말을 따라야 한다』며 『규칙은 함께 만들고 자녀와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를 두루 이어줄 수 있는 어머니가 지도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들려준다.
◎가족캠프/이런놀이 어때요?
▷나는 어떤 표정일까요◁
부모편대 자녀편, 여자편대 남자편으로 갈라서 해도 좋다. 한쪽 편이 눈을 가리면 다른 편은 각자 독특한 표정을 짓는다. 손으로 만져서 어떤 표정인지 맞추는 게임. 정답을 알아내는 것 자체보다는 눈 감고 손끝 만으로 가족의 얼굴을 만졌을때의 느낌이 감동으로 남는다.
▷나를 믿어요◁
표정 맞추기의 야외판. 둘이 한 조가 되는 것이 다르다. 한 사람은 눈을 가리고 다른 사람의 팔을 잡고 일정거리까지 산책을 갔다온다. 야외에서는 평지조차 굴곡이 있어 맘대로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부부끼리 형제끼리 또는 부모와 자녀간에 해보면서 「완전히 몸을 맡긴다」는 것의 의미를 생생하게 실감한다고.
▷가족퀴즈◁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나 맞춰보기. 몸무게 키 발크기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도 좋고 자녀가 짝의 이름 반과 번호 담임교사 이름 등을 아버지한테 문제내어도 좋다. 서로 문제를 내고 맞춰보며 애정을 확인. 업어보기, 손바닥 대보기 처럼 직접 몸으로 해볼 수도 있다.
▷나를 말한다◁
내가 좋아하는 소리, 좋아하는 음식, 나의 좋은 점, 나의 평소 생각, 나의 꿈, 나의 나쁜 버릇 같은 것을 스스로 쓰게 한 뒤 서로 돌아가며 발표한다.
▷암호풀이◁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고등학생이 가장 좋아하는 야외놀이. 부모들이 10개의 암호 쪽지를 만들어 곳곳에 숨겨놓아 첫 쪽지의 암호를 풀어 다음 쪽지의 위치를 알아낸 뒤 마지막 쪽지의 메시지를 수행하는 것이 과제. 어린이날에 맞춰 선물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도 좋다. 암호는 초등학생을 위해서는 간단한 그림도해를 써도 좋고 우리말을 알파벳으로 소리나는대로 써도 좋다. 아니면 영어 알파벳 순서대로 ㅘㅚㅝ 자음을 대비해서 만들고 모음은 숫자순으로 만들 수도 있다. 가령 「텐트 왼쪽 세번째 나무」는 「L 3 10 B, L 9, H 5 10 B, II 5 A, G 3 10, F 3 B, Ⅱ 1 10, B 1, E 7」로 쓰는 식이다. 암호가 어려운 것 같으면 위에 간단한 풀이를 쓰면 된다.
▷나의 유언◁
유언장을 작성하게 해본다. 중·고등학생 자녀와 함께 해볼만한 일. 보자기를 가운데 펴놓고 그 안에 들어가서 해보게 하면 정말 실감이 난다. 자기에게 가장 가치있는 일은 무엇인지 돌이켜 볼 기회를 갖게 해준다. 비슷한 것으로 자서전을 써보게 하거나 묘비명을 적어보게 하는 것도 있다.
▷기를 느끼자◁
명함으로 나무 젓가락을 자르기. 명함을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우고 단번에 힘을 주어 젓가락위에 내리치면 정말 두 쪽이 난다. 때로는 둘둘 만 시험지를 자르는 사람도 있다. 마음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서화숙 기자>서화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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