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는 새 얼굴을 좋아한다. 1일의 영국총선에서 노동당의 압승은 이를 증명했다는데 새삼스러운 의미가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우리 정계가 주목할 만한 교훈이라고 본다.보수당의 참패는 사실 신·구세대와 여·야간의 정권교체라는 뜻 외에 달리 패인을 설명하기 어렵다. 마거릿 대처가 집권한 이후 18년동안 보수당이 이끌어 온 영국은 과도한 복지비용 지출로 숨통이 막힌 「영국병」을 치유하는 데 성공해 지금은 유럽에서 가장 탄탄한 경제를 자랑하고 있다.
유럽 평균 11%보다 훨씬 낮은 7% 내외의 실업률이 건실한 영국경제를 대변한다. 한때 300만명에 육박하던 실업자는 현재 170만명으로 줄었다. 노동조합의 입김이 너무 강해 경직될 수 밖에 없었던 노동시장에 자유시장원리가 도입되자 단기취업자와 2중취업희망자를 위한 일자리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안정된 물가 속에서 3%의 견실한 성장과 완전고용에 가까운 일자리를 보장하고 있는 지금의 영국경제는 이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노동당은 이같은 기조 위에 신중한 변화를 추가했다. 복지 강화에대한 조심스런 접근자세는 유권자의 신뢰를 얻었다. 국정을 안심하고 맡길 만한 정당, 즉 수권정당으로서 국민의 합격점을 받아 낸 것이다. 새 얼굴일 뿐 아니라 책임있는 정당이라는 믿음이 승리를 가능케 했다는 점은 우리가 또 하나의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
이번 영국총선은 세계정치사 측면에서도 몇가지 주목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노동당이 보수당과 정책상 별 차이가 없이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지난번 미국 대통령 선거와 마찬가지다. 클린턴도 국민의 지지를 받을 만한 공화당의 정책을 모두 민주당 것으로 만들어 승리를 이끌어 냈었다.
이는 냉전종식후 진보와 보수의 대결에 큰 의미 부여를 할 수 없게 되면서, 정권경쟁이 정치이념보다는 지도자 개인의 인물 중심으로 쏠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영국 노동당의 승리가 당수 토니 블레어의 젊음과 활기있는 리더십에 힘입은 바 컸다는 선거결과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영국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보수도 진보도 아닌 제3의 새로운 정치이념의 창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그것은 아마도 구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21세기를 이끌어 갈 세계적 정치사조의 하나로 등장하게 될지 모른다. 블레어는 그것을 지금은 막연히 「사회주의 정신의 연대」라고 표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통합문제를 비롯한 대외정책도 별다른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한반도정책 역시 우리와의 전통적 우호관계는 꾸준히 진전될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에 대한 자세가 조금 달라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북·미관계가 여의치 않을 경우 영국 노동당이 사회주의 정치이념의 선진정당이라는 이점을 살려 교착상태를 타개하는 매개자 역할을 자임하게 될지 모른다. 우리 외교당국이 유념해서 살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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