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사태의 종착지로 대선자금 공개문제가 정치권의 관심사로 떠오르자 재계가 다시 긴장하고 있다.주요그룹들은 92년 대선자금 내역이 공개될 경우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 사건 못지않은 파문이 일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단체의 한 관계자는 2일 『선거때 한국은행이 돈을 더 찍어낸 것도 아니고 국민모금을 한 적도 없으니 대선자금이 공개되면 기업이 또 다시 문제가 되지 않겠느냐』면서 『재계 전체가 또다시 비리의 온상처럼 인식되는 사태가 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S그룹 관계자는 『지금 가장 급한 건 경제살리기』라고 전제, 『민관이 함께 경제살리기에 나서도 어려운 판에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주도권 다툼으로 대선자금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것은 경제를 정치의 희생물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L그룹 관계자는 『한보사태의 악몽에서 벗어나 일부 지표가 되살아나는 등 하반기부터 경제가 회복될지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있는데 난데없이 대선자금문제로 기업활동이 위축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대선자금 공개여부에 대한 결론이 난 것도 아닌데 언론에 주요 그룹의 이름이 이니셜로 거론되는 등 벌써부터 일부 기업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면서 『명백한 실정법 위반사실이 드러난 곳은 몰라도 시중의 설만으로 기업이 피해를 입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대형 비리사건이 터지거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재계가 도마위에 오르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면서 『이대로 가면 매 5년마다 청문회를 정례화해야 할 판』이라고 비꼬았다.
이 관계자는 『문민정부들어 선거법이 개정돼 비밀리에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더라도 처벌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안다』고 지적, 『처벌도 못할 과거의 일을 들춰내기 보다는 금년 대선부터라도 정치인이 기업에 손을 내밀 수 없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남대희 기자>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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