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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석문 관리 하나 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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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석문 관리 하나 안하나

입력
1997.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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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암사지 왕사비·화엄사석경 등 전국 곳곳 훼손된채 방치귀중한 문화유산인 금석문의 보존·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문화유산의 해」라는 사실을 무색케하고 있다. 특히 3월말 발생한 산불로 크게 훼손된 회암사지선각왕사비(보물 제387호·경기 양주)사건을 계기로 금석문에 대한 보다 체계적 보존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학계에 비등하다.

선각왕사비는 비가 부서지고 누각이 무너져내린 상태로 한 달이 넘도록 방치돼 있고 서울 탑골공원의 원각사비(보물 제3호)는 보호각설치가 늦어지면서 비둘기배설물과 산성비 등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경복궁의 보리사대경대사탑비(보물 제361호)는 관람객들이 귀부목덜미에 올라타 기념사진을 찍어대는 바람에 심하게 훼손되고 있다. 강원 원주의 법천사 터는 동네어린이들의 놀이터로 전락, 지광국사현묘탑비(국보 제59호)는 금이 가고 심하게 파손돼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탑비보호를 위해 보호각을 설치하고 있으나 보호각 자체가 통풍이 안되고 자연광선을 차단, 이끼가 끼는 등 훼손을 가중시키는 경우도 잦다. 이끼류는 명문해독을 불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경우가 많아 보호각설치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월남사지석비(보물 제313호·전남 강진) 역시 보호각이 협소할 뿐 아니라 상단 덮개 부분이 사라지고 비의 윗부분은 갈라터졌는가 하면 비면은 풍화작용으로 판독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신륵사대장각기비(보물 제230호·경기 여주)는 무분별한 탁본으로 비문의 여기저기에 시커먼 흔적이 남아 관람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또 임진왜란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산산조각난 구례화엄사화엄석경(보물 제1040호·전남 구례)의 파편은 아직 복원되지 못한 채 방치돼 있다.

고승들의 탑비, 사적비 등 고대금석문은 불교 뿐 아니라 역사연구의 1차 사료로서 어느 정도 연구가 이루어져 있으나 고려말 이후의 금석문은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아 훼손될 경우 불교사는 물론 문화사 연구의 단절을 가져온다는 것이 학계의 지적이다. 실물이 훼손될 경우 원초적 판독이 불가능해 과거의 판독에 의존하게 되고 그에 따라 잘못된 해석이 답습될 수 있다. 서울대 이태진(국사학) 교수는 『문체부 등 당국이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보존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금석문을 사진, 슬라이드, 탁본 등으로 만들어 자료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서사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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