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빅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허가제와 등록제. 그말이 그말 같지만 사실 하늘과 땅 차이다. 관치금융이 강한 우리나라에서는 더 그렇다. 허가제는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개업식」을 할 수 있는 반면 등록제는 「개업식」을 정부에 통보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전업주의와 겸업주의 역시 큰 차이가 있다. 김밥장사는 김밥만, 라면장사는 라면만 팔게 하는 방식이 전업주의라면 겸업주의는 김밥이든 라면이든 또는 둘다든 분식점 주인이 알어서 「메뉴판」을 짤 수 있다.
내년 1월부터 발효될 예정인 여신전문금융업법안은 이런 점에서 획기적이다. 그동안 당연시되어 왔던 허가제 대신 등록제를 도입해 진입장벽을 사실상 철폐하는 한편 겸업주의를 채택, 「업주」의 재량권을 높였다.
이날 재경원이 발표한 법안은 이미 지난해부터 논의가 진행됐고 특히 최근에는 금융개혁위원회가 육성방안을 제안한 터여서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자문기구인 금융개혁위원회가 제시한 금융개혁방안을 재경원이 법제화해 이를 내년부터 실제로 도입한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중에서도 여신전문금융기관은 금융산업개편작업의 1호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신용카드 시설대여업 할부금융 신기술사업금융 등 수신기능 없이 여신업무만 취급하는 4개 업종은 유사한 성격의 금융업인데도 개별 근거법에 의해 별도회사를 설립해야 하는 칸막이식 체계를 유지함에 따라 다양한 금융수요에 부응하지 못했다.
또 수신기능이 없어 예금자보호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데도 지나치게 진입을 제한, 규제완화가 시급한 실정이며 금융시장의 전면개방에 대비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돼 왔다.
현재 여신전문금융기관은 리스사가 25개, 신용카드사가 36개, 할부금융사가 31개, 신기술금융사가 4개 등 모두 96개사에 이르고 있다. 이들 금융기관의 자산은 작년 6월말현재 50조원으로 전체 금융기관 자산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보험업의 86조원에는 미달하지만 증권·투신의 37조원을 훨씬 능가하는 규모다.
이같은 겸업의 허용이 유럽에서는 일반적인 추세이며 미국과 일본에서도 여신전문금융회사가 활발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 미국은 대표적 여신전문금융회사인 파이낸스 컴퍼니가 3,000여개에 달하고 있으며 이들 기관은 할부금융, 리스, 신용 카드, 팩토링, 보험, 소비자대출 등을 취급하고 있으며 설립이 자유화돼 있다. 또 일본은 신용판매회사, 신용카드회사, 리스회사, 대금업자 등 여러 형태의 여신전문금융회사가 있으며 140여개에 달하는 신용판매회사의 경우 할부금융, 신용카드, 리스, 소비자대출, 신용보증 등 다양한 업무를 취급하고 있다.
한편 금융개혁위원회는 대금업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신전문금융회사와 대금업의 차이는 뭔가. 대금업은 제도권밖의 지하자금을 제도권으로 끌어들기위한 제도라면 여신전문금융은 제도권내 금융기관을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또 여신전문금융회사의 금리는 얼마나 될지 알수가 없으나 「제1금융권 금리+위험요인」, 즉 제1금융권보다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되며 주이용자도 중소기업이 될 것 같다. 반면 대금업은 단기고리 형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김경철 기자>김경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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