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앙정보국(CIA)의 차기 국장으로 지명된 조지 테닛 부국장에 대한 상원 인준청문회가 곧 시작된다. 중도하차한 앤서니 레이크 전백악관 안보보좌관과는 달리 이번에는 쉽게 통과될 전망이다.그는 의원들에게 인기가 있다. 클린턴 대통령이 그를 고른 이유도 그때문이다. 조지타운대와 컬럼비아대에서 국제정치를 공부한 후 85년 한 상원의원 보좌관으로 워싱턴정계에 입문한 그는 상원의 CIA 재평가작업 전문위원을 맡으면서 의원들과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의회는 냉전 종식후 CIA의 임무가 당연히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제까지는 공산권정보수집과 해외공작에 주력해 왔지만, 앞으로는 테러 마약 무기밀매 등 국제범죄와 이란 이라크 북한 같은 「깡패국가」에 대한 첩보활동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무역전쟁에서 승자로 남기 위한 경제첩보활동이 이제부터는 더 큰 일인지도 모른다. 이런 새로운 정보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CIA의 조직을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 의회의 주장이다.
테닛은 상원의 CIA 재평가작업 실무를 수행하면서 의회의 이런 요구를 만족시켰고, 95년 부국장 취임후 의원들은 물론 부하직원 간에도 인기가 높다. 직원들은 비밀주의에 싸인 음습한 CIA 건물 안에서 시가를 질겅질겅 씹으며 이방 저방 큰 소리로 떠들고 다니는 그의 개방적이고 소탈한 인품을 좋아한다.
인준을 마치면 그는 CIA사에 몇가지 새 기록을 더하게 된다. 올해 44세인 그는 제임스 슐레진저를 빼고는 역대 국장중 제일 젊다. 전통적으로 WASP(백인 앵글로색슨 개신교인) 출신의 기득권층 인사가 맡던 관례도 깨진다.
그는 전임자인 앨런 덜레스나 리처드 헬름스, 윌리엄 콜비, 조지 부시, 윌리엄 웹스터, 존 도이치 처럼 정통 스파이도 아니고, 명문 기업인이나 변호사, 퇴역장성이나 안보전문가도 아니다. 그리스인 이민인 그의 아버지는 이민자들이 많이 모여사는 뉴욕 퀸스지역에서 대중음식점으로 그를 길러냈다.
그의 장점은 정보행정에 밝고 조직을 통합해 이끌어 가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이다. CIA는 지난 4년동안 국장이 5명이나 바뀔 만큼 진통을 겪어 왔다. 새 시대에 부응할 조직개편을 놓고 그만큼 내부반발과 분열이 심각했던 탓이다. 지금 CIA에는 바로 테닛 처럼 구김살 없고 인정의 기미에 기민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의회는 보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레이크는 부하를 다독여 상처를 봉합해 나가는데 부적격자였다. 그러나 중도탈락의 결정적인 원인은 다른 데 있었다. 그의 반CIA 전력이 그것이다. 그는 좌익성향의 「정책연구협회(IPS)」가 74년에 주최한 「CIA의 범죄성을 해부한다」는 내용의 세미나를 조직하고 사회를 맡았던 걸로 밝혀졌다.
연방수사국(FBI) 조사에 따르면 IPS는 「혁명 이데올로기로 무장된 인물을 정부기관에 침투시키고 정치적 폭력선동 그룹의 훈련지원 역할을 맡고 있으며, 설립 당시부터 미국 군사력의 대폭 삭감을 주장해 왔다」고 한다.
국가정보기관은 안보의 첨병이면서 마지막 보루다. 미 의회가 CIA국장 자리를 5개월이나 비워둔채 인준절차를 그처럼 깐깐하게 밟고 있는 것도 일국의 안보를 안심하고 맡기자면 직무수행능력과 함께 애국심과 사상성이 확고한 인사가 아니고는 안되기 때문이다.
황장엽 관련 보도나 한보 청문회에서 제기된 것처럼 우리 안기부에 조직상의 문제가 있다면 그건 정말 보통 큰 일이 아니다. 더구나 지금은 북한의 붕괴징후와 함께 어느때보다 안기부의 역할이 긴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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