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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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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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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흑인대통령의 출현이 가능한 일일까. 지난달 말 온 미국을 떠들썩하게 한 자원봉사대회의 의장 자리를 콜린 파월 전 합참의장이 맡으면서 이 해묵은 숙제가 미국언론의 화두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파월은 겉보기에 흑인 같지만 사실은 자메이카 이민에 백인과 인디언 피가 섞인 혼혈인이다. 그렇다하더라도 미국 백인 보수층의 흑인 구별하기는 워낙 유난해서 우선 피부가 검으면 상류사회에 접근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것이 현실이다. ◆얼마전 마스터스 골프대회에서 우승해 세상을 놀라게 한 타이거 우즈의 처지도 파월과 비슷하다. 그는 한 TV인터뷰에서 자기는 순수 흑인이 아니라 「캐블리네이시언(Cablinasian)」이라고 말했다. 코카서스인(Caucasian) 흑인(Black) 인디언(Indian) 아시아인(Asian) 혼혈이라는 뜻으로 자신이 지어낸 말이다. ◆태국인 중국인까지 5색 인종이 섞였으니 외모만으로 아프리카 흑인 취급을 받는데는 반감을 가질 법도 하다. 하지만 미국사회가 충격을 받은 것은 그의 이 말이 「혼혈인선언」의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30년전만 해도 인종간 결혼을 법으로 금지한 곳이 19개주나 됐었다. 우즈의 선언은 이 뿌리 깊은 인종분리 전통의 붕괴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다. ◆인구통계는 70년부터 94년까지 24년동안 인종간 결혼이 무려 4배가 늘어나 모두 3백만쌍에 이른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미국은 말 그대로 인종 용광로가 녹여내는 「신인류」의 사회로 가고 있는지 모른다. 파월과 우즈가 그 전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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