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발언에 심기불편·“야도 공개 마땅”청와대가 「대선자금 공개」라는 새로운 장애에 걸려 꼼짝 못할 지경에 빠졌다. 한보 풍랑에 만신창이가 되도록 시달리다 이제 「경선정국」에 기항하는 듯 했으나 또다시 암초를 만난 것이다.
청와대로서는 사실 그동안 이 암초에 부딪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늘 갖고 있었다. 그래서 최근에도 김영삼 대통령이 대선 당시의 정치상황 등을 포함해 대선자금 문제를 포괄적으로 설명하고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었다.
청와대는 그러나 막상 야권이 전민자당 사무처 관계자의 발언 등을 무기삼아 총공세를 펼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분위기가 여느 때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이 대선자금을 「과거의 불가피했던 일」로 치부하고, 『취임이후 단 한푼의 돈도 받지 않았다』는 자부심으로 국민들을 납득시키기엔 도덕성에 너무 많은 상처가 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나온 『여야 모두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이회창 대표의 발언은 청와대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대표가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스런 표정을 지으면서도 당대표 발언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어서 냉가슴을 앓고 있는 분위기다. 한 고위관계자는 『이대표가 당론을 수렴해 언급한 것은 아닐 것』이라며 『「대선자금에 대한 입장표명을 하지않겠다」는 박관용 사무총장의 발언이 당의 공식입장』이라고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또다른 관계자는 『대권주자의 한 사람으로 말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파문축소에 애를 쓰는 모습이었다.
청와대는 하루빨리 국면이 전환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다른 고위관계자는 『이제 여야 정치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비용 정치구조를 개선하고 대선을 공정하게 치를 방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며 『앞을 보고 가야지 서로 공방을 계속하기엔 시간이 너무 없다』고 지적했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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