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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온다고 수면제 먹지말라/불면증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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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온다고 수면제 먹지말라/불면증 치료

입력
1997.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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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성·내성만 초래… 장기복용시 뇌파구조변화도/만성의 경우 수면다원검사로 정확한 원인 알아내야날마다 「오늘밤에도 잠을 못 이루면 어떻게 하나」하며 불안에 떠는 불면증 환자의 입장에서는 밤이 오는 게 두려울 수 밖에 없다. 불면은 병이다. 잠들기 어렵거나, 일단 잠들어도 쉽게 깨고, 새벽 일찍 잠이 깨는 것을 통틀어서 말하는 것이다. 이는 되풀이해 잠을 설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를 포함한다. 나이가 들어 깊은 잠이 줄고 자주 깨는 현상을 불면증으로 진단하지는 않지만, 이 경우도 지나치면 불면증일 가능성이 높다.

「잠이 안 온다」는 증상 뒤에는 여러 원인이 숨어 있다. 열이 나는 원인이 감기몸살 폐렴 종기 등과 같이 다양하고 치료법도 해열제 항생제 수술 등으로 원인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불면증도 원인을 알고 치료해야 효과가 있다.

역설적이지만 불면증 치료의 가장 큰 장벽은 수면제이다. 「불면증=잠 못 이루는 병」이므로 「수면제=잠자게 하는 약」으로 치료하면 된다는 잘못된 단순논리가 일반인은 물론 의사들 사이에도 퍼져 있다.

수면제는 습관성, 내성, 장기복용에 따른 수면뇌파 및 구조의 변화 등을 초래한다. 습관성이란 오래 복용할 경우 약을 끊기 힘들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내성은 처음 한 알 먹으면 되던 게 두 알, 세 알 복용해야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는 의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수면제를 오래 복용하면 수면뇌파 및 구조가 변해 약을 먹고 자도 비몽사몽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불면증의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자세한 병력 청취가 매우 중요하다. 만성 불면증인 경우 수면다원검사(잠의 구조와 기능을 객관적으로 측정, 기록, 분석하는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일차성 불면증, 우울증, 수면 무호흡증, 수면중 하지운동증 등 불면증의 원인질환을 밝혀내야 정확한 치료를 할 수 있다.

불면증 가운데 가장 많은 게 이른바 일차성 불면증이다. 신경 쓸 일이 있다보니 잠을 못 이루고, 문제가 해결된 후에도 계속 「잠을 못자면 어떻게 하나」하는 지나친 불안탓에 불면증이 지속되는 것이다. 이런 환자는 우선 잘못된 수면습관을 교정해야 한다. 불면증 환자가 스스로 만들어 낸 해결책들이 불면증을 지속시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시간만 나면 드러 누워 잠을 청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머리 속의 「생체시계」가 다시 자리를 잡도록 아침 기상시간을 일정하게 하고, 낮잠이나 낮에 누워있는 행위 등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시계를 보면서 잠을 연구(?)하는 행위를 피하고, 커피 술 담배 등도 깊은 잠을 방해하므로 삼가야 한다.

이상의 방법으로 1주일내에 해결되지 않으면 수면의학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외래 통원치료로도 불면증을 고칠 수 있으나 만성인 경우 단기입원(약 2주내외)을 통해 감별진단과 치료과정을 밟는 게 바람직하다. 불면증은 고칠 수 있다. 다만 수면제의 무조건 투여 등 잘못된 치료와 애써 잠을 청하는 등의 헛된 노력이 불면증을 만성화시키고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정도언 서울대 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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