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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의 덕목/이창민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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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의 덕목/이창민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7.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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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씨 사법처리가 임박해지면서 시선이 온통 검찰 수사팀의 일거수 일투족에 모아지고 있지만 정작 일선검사들의 관심은 엉뚱한 데 쏠려있다. 지난달부터 심심치않게 흘러나온 「검찰총장 조기퇴진설」때문이다.검찰의 「명운」을 건 수사에 찬물을 끼얹듯 터져나온 총장퇴진설에 수사팀도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자들이 오랫만에 얼굴을 대한 김기수 총장에게 초미의 수사진척상황을 제쳐놓고 퇴진설의 진위와 배경에 질문을 집중한 것도 조기퇴진이 몰고 올 파장때문이었다. 김총장은 『수사가 끝난 뒤 거취를 표명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조기퇴진설을 부인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아들을 사법처리하는데 따른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는 말이 와전됐다는 해명이었다. 그러나 검찰주변에서 김총장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그 자신이 최근 잇달아 신상과 관련된 입장표명을 해왔기 때문이다. 지난달 4일 국회청문회에서 퇴진가능성을 처음 얘기한 이후 중수부에서 유출된 메모의 총장사표 언급까지 포함하면 한달 사이 벌써 3차례나 거취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이다. 거취를 분명히 하는 것은 공인의 도리다. 중수부장까지 경질한 이번 수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이라면 오히려 공직자로서의 「책임의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문제는 중차대한 사건 수사의 대미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서 임기제총장 본인 입을 통해 조기퇴진설이 간단없이 흘러나온다는 데 있다. 물러나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언제라도 당당하게 물러나면 그만이다. 거취문제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정도가 아닐까.

검찰총장이 지녀야 할 덕목은 임기응변식 처세술이나 빼어난 언론감각이 아니다. 검찰중립을 지키려는 굳은 의지와 무거운 입이 어느때보다 절실하다는 검찰내부의 지적을 겸허하게 되새겨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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