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가 지난 28일 「청빈선언문」을 발표했다. 빈민사목위 출범 10주년을 맞아 나온 이 선언문은 『우리 사회에 집이 없어 고통중에 있는 사람이 있는 한 누구도 호화주택을 짓거나 한 사람이 여러 채의 주택을 소유할 사회적 권리는 없으며 최저 생계비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사람이 남아있는 한 누구도 호의호식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선언문은 또 『빈곤현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빈곤」까지 겹쳐 「우리나라에 아직도 가난한 사람들이 남아 있는냐」고 묻는 사람이 있다』고 안타까워 한다.청빈은 순결, 순명과 더불어 천주교의 복음삼덕의 하나이다. 하지만 선언문이 종교적 의미에 머물지 않고 가슴을 치는 까닭은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혼탁한 현실에 대해 크건 작건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는 간절한 호소를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부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귀담아 들어야 할 내용이라고 느껴진다. 한보비리와 대통령 차남의 국정농단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소위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파렴치함을 신물나도록 맛보아야 했다. 그들의 겉과 속이 다른 삶의 행태는 대다수 국민의 가슴에 뺄 수 없는 못을 박았고 삶의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가난하지만 부끄러워 하지 않고 깨끗하게 살아가는 지도층이 없다는 사실에 국민은 절망한다. 청빈선언문이 발표된 하루 뒤 서울경찰청이 전 서울시의원과 기업인 등 소위 지도층인사 32명의 해외원정도박을 적발했다는 기사는 국민의 그러한 절망을 새삼 확인시켜주었다.
이제는 국민이 우리 사회를 맑고 깨끗하게 가꾸는데 앞장서야 한다. 한보로부터 「검은 돈」을 받은 정치인들은 하나 같이 「비용이 많이 드는 우리의 정치풍토」를 탓했다. 이 말을 뒤집어 보면 국민에게 책임이 있다는 결론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국민 하나하나가 눈에 불을 밝히고 깨어 있자. 절대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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