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총선 D데이 양당 표정(영국의 선택 ’97)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총선 D데이 양당 표정(영국의 선택 ’97)

입력
1997.05.01 00:00
0 0

◎블레어 오늘을 기다렸다/노동­“정권교체 기정사실” 관저개축 발표 등 승리 도취/보수­메이저 맥빠진 헬기지원유세… 패배문책론 고개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의 선거캠프는 1일 하오(한국시간)에 실시될 총선에서 이미 대세판단이 선듯 명암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노동당은 벌써 승리의 샴페인을 터뜨리는 분위기가 역력한 반면 보수당은 총리퇴진설이 나도는 등 분열상을 노출하고 있다.

노동당은 선거실시 이틀전날 토니 블레어 당수가 총리로 입성할 것을 예상, 이미 마련해 놓은 다우닝가 10번지 관저의 내부개조 계획을 언론에 공개하는 등 승리를 확신하고 있다.

노동당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의 총리관저는 「블레어 총리」의 5인 가족이 거주하기에는 내부구조가 맞지 않아 개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당은 또 선거 당일 밤 대규모 파티를 열기 위해 당과 선거본부의 간부 수백명에게 초청장을 발송했다. 이 파티는 선거의 승패와 상관없이 열기로 일찌감치 계획했던 것인데 원래 호텔에서 치르려던 계획을 바꿔 템스강변의 로열 페스티벌 홀에서 화려하게 치를 예정이다.

노동당 선거진영에서는 승리가 문제가 아니라 어느 만큼의 대승을 거둘 것인가가 관심사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차대전이후 사상 최고의 압승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블레어 당수는 이에 따라 캠페인 마지막날인 28일 승부가 이미 결정된 것으로 판단된 노동당후보 200여명을 승패를 예측하기 어려운 접전지역구에 집중투입, 유세지원에 나서고 있다. 선거캠페인중 200여명이나 되는 후보가 자기 선거구를 떠나 다른 선거구에서 지원유세를 벌이기는 총선 사상 처음으로 기록된다.

블레어당수는 또 당의 예비내각 각료 등 주요 당간부 앞으로 서신을 보내 『전후 최대의 승리를 거두기 위해 마지막 1초까지 방심하지 말라』는 당부를 했다.

이처럼 득의에 찬 노동당과는 대조적으로 보수당 진영은 완전히 풀이 죽은 분위기다. 존 메이저 총리는 유세 마지막날까지 헬기로 전국을 돌며 막판 세몰이에 안간힘을 썼으나 패색이 짙은 표정이다. 보수당 대변인은 28일 회견에서 『승산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영국이 노동당의 재앙에 빠져들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패배를 자인했다. 이와 함께 총리실장과 선거대책본부간에 패인의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노골적인 비난이 오가면서 메이저 총리의 사임설이 나돌고 있다.

투표를 이 틀 앞두고 데일리 텔리그라프가 갤럽을 통해 마지막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노동당이 51%, 보수당이 29%의 지지를 각각 얻어 보수당이 격차를 끝까지 좁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런던=송태권 특파원>

◎‘유럽통합’이 승패 갈랐다/보수당 반대표명 노동당에 공격빌미만

보수당이 이번 선거에 패배한다면 가장 큰 원인은 유럽통합문제를 섣불리 건드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럽통합문제는 사실 뜨거운 감자같은 것이어서 어느 당도 이를 선거쟁점화하는 것을 기피하려 했던 게 초반 분위기였다. 보수당과 노동당은 각각 정강 발표를 통해 기본 입장을 밝히는 정도에 그쳤었다. 보수당은 추이를 봐서 참여여부를 결정한다는 관망입장, 노동당은 이보다는 다소 전향적인 노선을 취했다.

그러나 노동당이 과거의 급진적인 사회주의를 포기, 이번 선거에서 양당간의 이념적 차별성이 없어지면서 이 문제가 쟁점으로 서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시기적으로 유럽통화동맹(EMU)의 화폐통합 가입문제가 현안이 되자 언론들이 이 문제를 이슈화하고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유세전 중반무렵에 보수당 의원후보 200여명이 당의 공식 방침을 무시하고 99년 화폐통합에 반대한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에 더해 보수당 소속 장관 2명이 지원유세에서 이에 동조하는 연설을 해 유럽문제에 급격히 불이 달아올랐다.

당황한 존 메이저 총리는 어차피 터진 바에야 정면 돌파하자는 전략하에 유럽문제를 선거에 핵심문제화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메이저 총리는 『유럽연방의 창설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토니 블레어 노동당수도 종전입장에서 180도 전환, 『영국이 유럽연방내에 들어가는 일은 참을 수 없다. 유럽연방을 처단해 버리겠다』며 메이저 정권의 우유부단한 자세를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노동당 입장에서는 큰 쟁점이 없는 선거전에서 집권당을 물고 늘어질 호재를 잡은 것이다. 결국 메이저가 불리한 판세를 뒤집기 위해 무리수를 둬 화근을 자초했다.<런던=송태권 특파원>

◎영 기든스 교수 새 정권 분석/국가역할·개인 삶의 질 조화/제3의 정치모델 나온다

「민주주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영국이 이번 총선을 통해 국가와 개인의 역할을 조화시킨 새로운 제3의 정치모델을 세계정치무대에 제시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영국 런던경제대학(LSE)의 앤서니 기든스 교수는 독일 경제주간지 비르트샤프트 보헤 최신호에서 『영국은 45년에 집권한 노동당이 복지국가 모델을, 79년에 집권한 보수당이 자유시장경제 모델을 선보이는 등 2차대전후 세계정치의 선구자 역할을 맡아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기든스 교수는 『이번 총선을 통해 집권할 토니 블레어 노동당수는 자유시장경제원리에 따라 경쟁력 확대를 추구하는 대처리즘과 사회정의 국민통합을 고양하기 위한 국가의 역할을 조화시킬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수당 정권은 지난 18년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민영화하고 규제를 줄여 경제성장의 「기관차」역할을 해왔지만 노동시간 증가, 사회복지 축소 등으로 국민의 「삶의 질」은 오히려 떨어져 재집권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특히 고용불안과 실질 임금의 하락을 초래한 노동시간에 대한 규제완화는 보수당정권의 뼈아픈 실책이었다는 것이다.

기든스 교수는 유럽통합에 대해서도 『유럽연합(EU)은 초강대국이나 전통적인 연방국가가 될 수 없는데도 「과거」의 시각으로만 다뤄지고 있다』며 신세대 정치가인 블레어가 EU의 새로운 임무를 설정하는데도 건설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최서용 기자>

◎노동당정부 외무장관 내정 로빈 쿡/블레어 근접보좌 최측근/“EU서 불·독 독주 견제”/스코틀랜드 의장도 꿈꿔

승리를 눈앞에 둔 토니 블레어 노동당수가 스코틀랜드출신의 로빈 쿡(51·리빙스턴) 하원의원을 섀도캐비닛(집권을 전제로 한 야당의 내각)의 외무장관으로 지명했다. 작은 키, 벗겨진 앞 이마를 가까스로 덮고 있는 한줌의 붉은 머리, 찌푸리고 성마른 연설 스타일 등 쿡 의원의 인상은 전통적인 외교관 이미지에는 맞지 않는다. 하지만 현 정부의 대이라크 무기수출을 추궁한 하원에서의 청문활동은 성실성과 부지런함 외에 끈질기고 재능있는 토론자로 그의 성가를 높였다.

94년 블레어 당수가 당권을 장악한 직후 전임 존 스미스 당수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당 핵심부에서 밀려나기도 했으나 현재는 블레어 당수에게 언제라도 직언할 수 있는 최측근으로 부상했다.

복지 등 사회정책에 최우선적인 관심을 두고 있는 그는 비례대표제의 열렬한 지지자로서 노동당의 헌정개혁방향을 입안했다. 또 유럽연합(EU)과 영국의 유럽통화동맹(EMU) 가입문제 등에는 회의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는 『노동당은 사회민주적 정당이 이끌고 있는 여타 유럽국가와의 연대를 통해 유럽연합에서 프랑스·독일의 독주를 견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당 공약에 따라 향후 추진될 스코틀랜드 독립의회의 수장을 노리는 그는 이 지역 언론에 경마 관련 고정칼럼을 쓰는 등 「지역구 관리」에도 주력하고 있다.<장인철 기자>

◎총선 이모저모/우파언론·유색인종 “노동당이 좋아”

○…하원의원 659명을 선출하는 이번 총선의 입후보자는 92년 총선보다 25%늘어난 3,717명으로 평균 5.64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후보자중 여성은 노동당 159명, 자유민주당 122명, 보수당 67명을 포함해 총 382명으로 전체의 10.3%를 차지했다. 흑인 등 유색인 후보는 48명(3%).

인종별 정당지지율을 보면 유색인 유권자들의 83%가 노동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 13%에 불과한 보수당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더 타임스’도 지지유보

○…각 언론사도 정당별 지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는데 지난 총선과 달리 「우파언론의 배반」이 두드러져 보수당에 타격을 주고 있다. 세계적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 소유의 「뉴스 오브 더 월드」와 「더 선」, 유력 경제지인 「파이낸셜 타임스」가 노동당 지지로 돌아섰다.

특히 보수당의 원군이었던 권위지 「더 타임스」가 보수당에 대한 지지표명을 유보해 노동당에는 적지 않은 득표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노동당은 5개 신문(총 960만부), 보수당은 4개 신문(550만부)의 지지를 받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92년 악몽없다”

○…양당의 대결 못지않게 장외에서는 여론조사기관들의 신뢰성 회복문제가 뜨거운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92년 총선당시 모든 여론조사기관들은 약 8%의 우세로 노동당의 승리를 점쳤으나 뜻밖에도 보수당이 막판 역전승을 거둬 체면이 실추됐기 때문. 이에 따라 갤럽, MORI, ICM, NOP, 해리스 등 유력사들은 새로운 기법을 동원하는 등 명예회복에 절치부심해왔다.

그러나 조사기관들은 이번에는 이변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이들은 노동당의 지지율이 20% 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는 판세를 감안할 때 역전은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영국 도박회사 라드브로크스도 노동당의 승리 가능성을 8대 1로 보고 있다. 따라서 여론조사 기관들은 신뢰성 회복의 관건은 노동당의 승리가 아니라 정확한 지지율을 알아 맞히는데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토니 블레어 노동당수는 승리후 총리에 취임하더라도 언론과의 「밀월기간」을 거의 가질 수 없을 것이라고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 블레어가 승부수로 던진 중도화 정책이 좌우파 언론의 공통적인 비판대상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우파언론에서는 공공지출 및 증세억제 공약을 집중 감시하는 반면, 좌파언론은 블레어가 집권을 위해 「지나치게 우경화」한 점을 표적으로 삼을 것이 확실시된다.<런던=송태권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