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국면전환노력에 또 악재 곤혹·“야 공작정치” 비난속 정공법 돌파 의견도/야여 압박·정국장악호재 대공세·3김 공멸로 확대소지 막판까진 안몰듯한보정국의 말미에서 터진 92년 대선자금파문으로 정치권이 또다시 요동치고 있다.
대선자금의혹은 그동안 정치권안팎에서 줄기차게 제기돼 왔지만 구체적인 자금지출규모가 들먹여지면서 민감한 정치쟁점으로 부상한 것이다. 대선자금은 여야 공통의 아킬레스건이다. 그러나 이번 파문으로 궁지에 몰린 쪽은 여권이다. 공세적인 야권에 비해 여권은 수세적이고 곤혹스런 입장이다.
청와대와 신한국당은 일단 심상치 않은 조짐을 느끼는 모습이다. 사안자체가 엄청난 폭발성을 지니고 있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국면전환의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권은 국민회의측의 폭로이후 우선 부인과 해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신한국당 박관용 사무총장은 30일 『대선자금은 정리하고 확인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며 『대선자금에 대해서는 아무런 입장표명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회창 대표 주재로 열린 당직자회의에서도 『비열한 정치공작』이라며 야당을 성토하는 반응이 고작이었다.
신한국당은 특히 대선자금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정의하느냐는 문제에서부터 정당활동비 및 공·사조직 운영비, 법정선거비용 등의 내역을 명확히 구분해 산출해 내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여권을 압박할 수 있는 호재를 만난 것으로 판단, 검찰수사와 김영삼 대통령의 대선자금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차제에 대여공세를 강화함으로써 대선과 관련한 정치자금의 유입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 보자는 계산도 깔려있다. 대선자금문제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면 아무래도 12월 선거때 여권의 자금줄도 위축될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물론 대선자금을 모두 공개하는 분위기가 되면 야권도 타격을 입겠지만 상대적으로 여권에 비해 실보다는 득이 많다고 보고 있다. 야권의 대선자금 공세에는 한보정국이후에도 정국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장악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측면도 있다.
야권은 그러나 대선자금카드를 무기로 여권을 최악의 궁지에까지 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대선자금문제는 자칫 「3김청산―정치권 공멸론」으로 확대재생산될 소지가 없지 않기 때문이다. 야권은 김대통령에게 대선자금 공개를 촉구하면서도 야당 대선자금의 동반공개나 김대통령의 향후거취문제 등은 별개사안으로 치부하고 있다. 야권이 대선자금카드의 정치적 활용가치를 제한적으로 설정하고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결국 이런 맥락이라면 대선자금파문은 지속적이긴 해도 파괴적이지 못한 수준에서 미결의 현안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솔직히 여권내부에서는 대선자금문제를 「원죄적 족쇄」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결정적이고 구체적인 물증이 제시되지 않는 한 대선자금파문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면서도, 차라리 미봉의 수습보다는 정공법의 결단을 택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대선자금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증폭되는 현실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이는 결국 정권적 부담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면서 『여권의 대선주자들이 대선자금공개의 당위성을 역설하며 분위기를 몰고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권의 선택과 대응방향이 주목된다.<정진석 기자>정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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