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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국가경쟁력/한영성(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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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국가경쟁력/한영성(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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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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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치학자인 임마누엘 월러스타인은 세계시스템론에서 『패권국은 100년을 사이클로 흥망을 반복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발표된 세계 500대 기업중 10년전에 있었던 기업은 10%에 불과하고 대다수의 기업이 그 순위에서 밀려났거나 영영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10년이면 강산도 기업도 변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와 같이 한 국가나 대기업이 흥하고 망하게 되는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 역사를 되돌아 보고 주위를 다시 한번 살펴봐도 강대국치고 기술력이 약한 나라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냉전이 가신 후 지구촌은 이념과 반목보다는 경제전쟁, 기술전쟁의 양상이 가속되고 있다. 정치의 우방은 있어도 기술의 우방은 없다라는 말을 실감한다. 세종때 빛을 발했던 우리 기술이 사·농·공·상의 사회적 풍토 속에서 제대로 뻗어나지 못하고 기술후진국으로 뒤처지고 말았다. 통탄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역사는 돌고 도는가. 다시 한번 한민족이 도약의 계기를 맞고 있다. 따라서 농업·산업사회에서 뒤진 우리는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정보화사회에서는 또 한번 뒤질 수 없고 또 뒤져서도 안되겠다. 『과학기술의 길, 이 길이 바로 우리의 살 길』이라는 한 구절이 마치 신의 계시처럼 다가선다.

흔히 우리 국민의 성정을 「빨리 빨리」로 꼬집는 외국인이 있으며 국내에서도 그런 지적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과학기술의 세기에는 이것도 우리의 저력이라고 보고픔은 나만의 편견일까. 문제는 얼마나 정확성을 기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수반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우리 민족은 강했다. 중앙아시아의 유배지나 다름없는 황무지에 내팽개쳐졌지만 오늘날에 보면 그 불모지를 옥토로 일구어 놓았으며 지난 반세기에 6·25의 잿더미 속에서 솟구쳐 일어나 이제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민족이다.

이제 지도를 꺼내 세계속의 한국, 특히 한반도 주변을 살펴보자. 북서로 러시아와 중국, 남동으로 미국과 일본이 버티고 있다. 군사대국 1·2위, 경제강국 첫째·둘째도 모두 여기에 속해 있다. 현위치에서 우리나라를 떼어내어 호주와 뉴질랜드 가운데쯤에 옮겨 놓을 수 있겠는가.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면 현 여건에서 버텨 살아 남아야 한다. 어디 이 일이 쉬운 일인가. 그래도 해내야 한다. 이 길이 바로 과학기술의 길이자 국가경쟁력 강화의 길이다. 비록 모두가 어려우면 몇가지 전략분야라도 기필코 세계 제일이 되어야 하는 당위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위기와 기회는 함께 온다는 말이 있다. 모든 국민의 이해풍토 속에 세계 제일의 인력 확보와 창의적인 연구성과로 결판을 내야 할 상황이다.

지난 30여년 동안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해온 우리나라는 최근 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제까지 저임금 등에 의존해 온 우리나라 산업의 양적 성장이 저효율 문제를 은폐시켜 왔지만 저비용 구조가 고비용 구조로 바뀌면서 경제 전반에 걸쳐 누적되어온 저효율이 경쟁력 약화의 주요인으로 드러났다.

80년대 후반부터 상승하기 시작한 임금과 더불어 만성적인 고금리, 사회 간접자본에 대한 투자 미비로 인한 고물류비용, 고지가 등 고비용 구조가 고착되었다. 이와 같은 고비용구조를 개선하는데는 고비용 투입요소들의 적정화와 안정화를 위한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고비용 구조를 극복할 만한 산업 전부문에서의 효율성 제고가 근본적 해결방안이다. 앞으로 한국경제의 발전은 고효율 산업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 창조적 기술혁신 능력의 향상 여하에 달려 있다.

적자생존은 동서고금을 망라한 자연의 섭리이다. 일류만이 살아 남는다는 교훈을 되새겨 우리 모두 과학기술력과 도덕력을 바탕으로 3년 앞으로 다가선 차세기의 잘사는 나라, 세계속에 우뚝선 나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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