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경박함으로의 도피/송지나 방송작가(1000자 춘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경박함으로의 도피/송지나 방송작가(1000자 춘추)

입력
1997.04.30 00:00
0 0

방송이나 영화와 같이 소위 대중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늘 고민하는 것이 있다면 『지금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가』하는 점이다. 지금 이 시대, 이 상황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듣기를 원하는가. 그것을 잘 파악하여 기획된 작품은 일단 20점을 얻고 들어간다. 시청률이나 관객동원수로 볼 때 그렇다는 얘기다. 어찌보면 정작 작품의 질이 차지하는 점수의 한계는 60점 정도일지 모른다. 물론 그중에는 시대를 초월하여 감동을 주는 작품도 있지만 그 역시 어느 시대의 사람들이나 원하는 무엇을 담을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요즈음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겁고 진지한 주제는 피하라는 충고를 듣고 있다. 시대상황이 너무나 무겁고 진지해서 사람들은 영화에서까지 머리 아프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너무 드라마틱한 소재도 피하라고 한다. 신문에 나오는 현실이 너무나 드라마틱하기 때문에 웬만한 소재로는 감흥을 줄 수가 없다는 것이다. (2년전부터 준비하고 있는 시나리오가 하나 있다. 원래는 가상 미래정치를 다루는 내용이었는데 현실정치가 너무나 격변하고 있어서 이제는 모두가 구태의연한 얘기가 되고 말았다. 심지어는 상상도 못했던 사실까지 연일 터지고 있는 형편이라 상식적인 머리를 가진 작가는 도무지 시나리오의 끝을 보지 못하고 있다) 되도록 해피엔딩이어야 한다는 충고도 잊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는 행복한 결말 따위를 보지 못하고 살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정리를 해보자면 요즈음 우리가 원하는 드라마나 영화는 한마디로 경박한 작품이다. 그저 한두시간 웃으며 멍청하니 현실을 잊어버릴 수 있도록, 현란한 색깔과 마구 흔들리는 영상으로 우리의 눈을 홀리고 어법에도 맞지 않는 노랫말로 우리의 귀를 닫아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한 작품을 100점 만점으로 할 때 아직 나머지 20점이 남아있다. 그렇게 보기 싫고 듣기 싫던 현실을 다시 한번 직시하게 만드는 힘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감동이라 부른다. 감동이 담긴 작품을 쓰는 것은 아마 모든 작가의 꿈일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작가도 사람이어서 요즘 같아서는 그저 경박한 마취상태로 숨어들고만 싶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