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웃기니까 광고도 웃긴다」사회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분야로 광고만한 데도 없다. 무엇이든 사람들의 눈길을 끌만한 「꺼리」를 찾다보니 모델도 인기인을 찾게 되고 소재도 사회적으로 가장 화제가 되는 이야기를 금방 따 온다.
올해들어 한보사태, 청문회, 황장엽 탈북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사회적인 문제를 약간 비틀어 만든 광고들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청문회상황을 빗대어 우스갯거리로 만든 광고가 등장하고 엉켜서 풀릴줄 모르는 사회비리를 상징하는 광고도 나왔다. 탈북 등 민감한 사건을 삽입해 시리즈광고의 흐름을 바꾼 경우도 있다.
세진컴퓨터가 최근 내보낸 인쇄광고 「청문회」편. 5월초 세일을 앞두고 내보낸 이 광고에는 세진컴퓨터의 단골 광고모델 진돗개가 청문회의 증인으로 등장했다. 『세진세일이 다르다는데 도대체 뭐가 다릅니까』하고 묻자 진돗개가 『세일기간중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고 답한다. 『5월3일에서 18일까지가 맞습니까』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증인 이거 국민들이 보고 있어요』로 이어지는 이 광고는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물론 청문회를 냉소하는 의미까지 담고 있다.
5월1일부터는 방송광고도 내보내는데 광고를 만든 세진애드컴은 진돗개에게 묻는 의원의 목소리를 처음에는 성우로 썼다가 이번 청문회에서 독특한 말투와 목소리로 인기를 끈 자민련의 한 의원과 비슷한 목소리로 바꾸는 등 사실성을 살렸다.
조선맥주가 내놓은 하이트맥주 광고 「정말 좋은나라, 한번 만들어 봅시다」에는 신한국당의 이윤성 의원과 국민회의의 정동영 의원 등 여·야 대변인이 등장한다. 두 사람은 바지를 걷고 스스로 종아리에 매를 친다. 『저부터 반성합니다. 이 땅을 사랑하고 이 민족을 생각하는 모든 분들 앞에 저 스스로 매를 들겠습니다』는 카피에도 깊은 반성의 빛이 엿보인다. 조선맥주는 『혼탁한 정치문화를 깨끗이 하자는 메시지와 하이트맥주의 깨끗한 이미지를 연결시키려 했다』고 설명했다.
한솔그룹의 그룹 이미지광고 「풀려라! 대한민국」은 불황 사회비리 등으로 답답한 국민들의 가슴을 엉켜있는 실타래로 상징하고 있다. 한솔은 그동안 그룹이미지로 내세웠던 「청년정신」을 그대로 담되 역사 속의 인물을 등장시킨 이전 광고와는 달리 답답한 국민정서를 실타래 사진으로 보여주면서 정보통신에서 『해내겠다』는 해결사 역할을 강조했다.
탤런트 박중훈의 춤으로 인기를 끈 오비라거가 최근 내보낸 3탄 광고에서도 세태를 빗댄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 박중훈과 조연전문배우 최종원 등 여러 사람이 등장하는 3탄 광고에서 최종원은 슈퍼에서 춤을 추며 『랄랄라』를 흥얼거리는 사람 사이로 불쑥 튀어나와 『라면 한 박스』를 외쳐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든다. 이때 최종원의 차림새와 『랄랄라』가 뭔지도 모르는 모습을 보면서 박중훈이 속으로 「혹시 북에서…」하고 생각한다는 줄거리이다.<김범수 기자>김범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