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몰아세우기 대신 “나긋나긋”증인을 죄인 다루듯 치죄하던 청문회의 분위기가 싹 바뀌었다. 박석태 전 제일은행 상무의 자살 이후 열린 29일 국회 한보특회청문회는 지금까지 『당신 책임이다』 『거짓말하지 말라』 『인정하라』고 다그치던 의원들의 목소리가 사그러지고, 대신 「나긋나긋한 질문」과 「웃음 띤 신문」을 보이려고 애쓰는 의원들의 모습이 역력했다.
청문회 동안 증인들에게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다그쳤던 이양희(자민련) 의원은 박청부 증권감독원장에 대한 신문에서 시종일관 미소를 머금고 유연하게 질문한 뒤 『현재의 증인은 한보와 어떤 직·간접적인 관련도 없다는 점을 밝혀둔다』는 배려성 발언을 덧붙였다. 이의원은 또 『청문회의 증인으로 채택되는 것만으로도 많은 피해가 있다는 것을 안다.
지금까지 증인으로 채택된 분 가운데서도 한보와 관련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자살한 박씨에 대한 「미안함」을 간접 표시하기도 했다. 이의원 못지않게 목청이 높던 김경재(국민회의) 의원도 신문 도중 『증인은 한보비리와 관련이 없지만』이라고 단서를 붙이며 조심스럽게 추궁했다.
또 김원길(국민회의) 의원은 변칙적인 전환사채발행과 비현실적인 공시에 대해 신문하면서 『연구대상이다』 『검토해달라』라는 제언성 발언을 했으며 이상만(자민련) 의원도 회사채 발행시 각 기업이 신용평가회사를 스스로 선정하는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현 제도를 고치는 것이 좋지않겠는가』라는 충고로 마무리 했다.
질문이 지나치게 부드러워 청문회의원답지 못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맹형규(신한국당) 의원마저 질문을 마치면서 『어려운 점 알고 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했다.<이은호 기자>이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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