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빠른 전개 어디가고 지루한 이야기 늘리기/어쩔 수 없는 ‘멜로 드라마’사랑하던 남자와 피치못할 사정으로 헤어지고, 아픈 가슴을 안고 살아가는 여자의 운명은 험난하기만 하다. 옛남자를 잊지 못하는 여자 앞에 나타난 또 다른 남자, 여자의 선택은.
멜로 드라마는 이처럼 단순한 이야기 구성에도 불구하고 짧지않은 세월동안 수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아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어떤 이는 전형적인 인물들의 극적인 갈등구조가 마치 마른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인다고 분석한다. 『그래도 뻔한 얘긴데…』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은 바로 멜로 드라마가 시대와 사람의 민감한 변화를 다른 어느 장르보다 빨리 포착해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MBC 아침 드라마 「못잊어」(최창욱 연출, 최순식 극본). 지난 3월 개편 때 신설된 이 드라마는 그간 「아침 드라마는 질질 짠다」는 세간의 비난을 의식한 듯 초반 빠른 극전개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송유경(박지영)은 아버지의 외도로 끝내 어머니까지 잃은 비운의 주인공. 디자이너인 그녀는 아픔을 잊고 박찬영(선우재덕)과 사랑에 빠지지만 찬영의 집에서 둘의 결혼을 반대하자 미련없이 이별을 고한다. 임신 사실을 숨긴 채.
보통의 드라마라면 여기까지 오는데 최소한 몇 주는 걸린다. 헤어지자는 여자와 잡는 남자. 다시 흔들리는 여자 식으로 질질 끌게 마련이다. 하지만 「못잊어」는 뻔한 스토리에 지친 시청자들의 속내를 알아차리고는 과감하게 이런 줄거리를 일주일 내에 진행시켰다. 『저렇게 과감하게 이야기를 끌고 나가면 뒷얘기는 어떻게 끌고 가나』 할 정도로 이야기 전개는 신속했다.
자신감 있는 전문직 여성, 귀여운 아이, 그녀의 삶을 인정해주고 늘 친구가 돼주는 남자 동료와 선배 등 화사하고 세련된 분위기는 종래의 울고 짜는 식의 멜로 드라마에 지친 시청자들에겐 상큼한 도발이었다.
그러나 이 드라마 역시 「연속극」의 한계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방영 한달이 넘어가면서 이야기 늘리기가 시청자를 지루하게 만든다. 암에 걸린 유경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는데 찬영 앞에 아이를 데리고 나타난 뒤로는 지나치게 이야기가 늘어진다.
멜로 드라마의 인기비결이자 한계인 전형적이고 반복되는 갈등구조. 「못잊어」 역시 그 달콤한 유혹에 빠진 것일까.<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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