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있는 여신만 담당” 억울함 호소박석태 전 제일은행 상무는 지난 17일 국회의 한보청문회에서 자신의 죽음을 예고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박씨는 이날 박일영 전 제일은행 여신총괄부장 다음 증인으로 나와 하오 2시부터 8시까지 6시간동안 신문을 받는 동안 시종 초췌한 표정으로 의원들의 신문공세에 시달렸다. 그는 「실직」에 따른 충격 탓인지 쇠약해 보였으며, 특히 오른쪽 눈의 상태가 좋지 않아 건강여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요즘 고민이 많아 그렇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씨는 신한국당 박주천 의원의 질의에 대해 『제일은행 임직원 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하고 국민여러분에게도 누를 끼치게 돼 사실은 죽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자책했다. 이는 이날 발견된 유서와 상당부분 일치하는 내용이다. 그는 또 『사실 은행 중역을 3년 하면서 문제있는 여신만을 담당, 이를 정상화 시키고자 일요일도 없이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박의원은 의원들이 박씨를 다그치자 자신의 회사가 박 전상무의 집과 같은 동네(마포구 망원동)라면서 『증인은 20여년을 30여평짜리 조그만 집에서 가게까지 하면서 살아왔고, 지금 심정은 차라리 감옥에 가고 싶을 만큼 괴롭다는데 실제 그렇게 괴로운가』라고 묻는 등 박 전상무를 두둔하기도 했다.
국민회의 김경재 의원은 박 전상무의 딸이 검사가 된 사실을 염두에 두고 『증인은 「검사와 여선생」이란 영화를 본 적이 있나』고 물었다.
김의원은 이어 한보대출비리 의혹을 장황하게 나열한뒤 『설마 증인이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혐의가 나오지는 않겠지만 내가 「검사와 여선생」얘기를 꺼낸 것은 혹시 나중에 「여검사와 아버지」란 얘기가 나올까 겁나기 때문』이라고 다그쳤다. 박씨는 이 대목에서 특히 수치스런 표정을 지었다.
특히 박씨는 95년 한보철강의 유원건설과 우성건설 인수 당시 이철수 전 행장의 지시로 청와대 윤진식 경제담당비서관에게 관련사실을 보고했고 야당의원들의 국감자료 요청 무마에 막후 역할을 했다고 진술, 여야의원 모두로부터 곤욕을 치렀다.<홍윤오 기자>홍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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