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신문 “내가 자금총괄”/변호인신문 “난 모르는 일”28일 열린 한보사건 4차공판에서는 정보근 피고인에 대한 검찰·변호인신문에 이어 이용남 전 한보철강 사장, 예병석 한보그룹 재정본부차장 등 8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정피고인은 검찰의 직접신문에 순순히 시인했으나 변호인반대신문에서는 사전에 입을 맞춘듯 아버지에게 모든 책임을 돌렸다.
▷정보근 피고인◁
◇검찰 직접신문
―정태수 총회장의 지휘아래 한보철강공업, (주)한보, 한보에너지, 한보건설 등 주력기업을 맡아 운영하면서 재정본부를 지휘해 자금분야를 관리했지요.
『예』
―은행 대출문제 등과 관련해 청와대 경제수석을 만나고 정치권 로비를 지시하는 등 전반적 대외업무를 총괄했지요.
『그렇습니다』
―95년 8월28일 한보철강의 운영자금으로 275억원 어치의 전환사채를 개인명의로 매입한 뒤 한보상사에 대여금으로 편칙회계처리 한 것이 사실인가요.
『예』
―전환사채는 최초발행시 주관사가 대우증권이었는데 형식상 쌍용증권이 매입하고 대금도 쌍용측에서 지급한 것으로 처리했지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정리돼 있는지는 모르지만 맞을 것입니다』
―리턴매입한 전환사채의 소유주는 누구입니까.
『제 명의입니다』
―리턴매입한 특별한 이유라도 있습니까.
『별다른 이유는 없습니다만…』
―(목소리를 높여)다른 사람이 전환사채를 보유하면 경영권에 문제가 생길까봐 그런 것 아닙니까.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94년 1월31일 한보철강 운영자금 5억1,341만원을 인출해 한보상사에 대여금으로 처리한 뒤 피고인에게 부과된 증여세를 납부하는 등 151억원의 개인세금을 회사자금으로 낸 것이 사실이지요.
『네, 그렇습니다』
―피고인이 부담해야 할 한보상호신용금고 증자자금 7억2,000만원을 한보철강 자금으로 인출, 납입하는 등 증자금으로 회사 운영자금 63억6,048만원을 소비했지요.
『예』
―변칙회계처리가 법을 어긴 것임을 알면서도 회사관행에 따라 처리했지요.
『그렇습니다』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합니까.
『예』
◇변호인 반대신문
―검사가 앞서 피고인이 국회와 청와대로비를 담당했다고 했는데 대정치권 로비를 지시한 적이 있나요.
『(잠시 머뭇거리다)한 두차례…』
―피고인이 부담해야 할 각종세금과 전환사채 구입비 등을 한보철강이 한보상사에 대여한 것으로 정리하고 인출한 돈으로 지급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요.
『세금은 한보철강 뿐 아니라 여러회사에서 빌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태수 피고인이 가족들 이름으로 구입한 부동산에 대한 세금과 증여한 재산에 대한 세금고지서를 비서실에 가져다 주면 나머지는 회사에서 알아서 처리했지요.
『예』
―아버지가 어떤 부동산을 구입해 누구 이름으로 등기하는지 정확히 모르죠.
『예』
―구체적으로 어떤 회사의 주식을 얼마나 증여받은지 알고 있나요.
『사후에 제가 관심있을 때만 보고를 받습니다』
―재산이동에 대한 세금은 아버지가 대신 내주는 것으로 알고 있지요.
『제가 재원이 없으니…』
―전환사채 구입자금이나 계열회사 증자금도 아버지가 규모와 가족들이 인수할 몫을 결정했지요.
『네, 그렇습니다』
―피고인은 비록 회장의 직책에는 있어도 아직 경영수업중이고 재정의 관리는 아버지가 전부 총괄하고 관여시키지 않아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지요.
『그런 편입니다』
―피고인은 자금보다는 영업쪽에 치중해 왔지요.
『예』
―한보그룹이 부도가 나서 경제전반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점에 대해 그룹회장으로서 경영의 책임을 통감하고 아버지를 잘못 보필한데 대해 크게 뉘우치고 있지요.
『예』
―지금의 심경을 말해 보세요.
『(고개를 숙인채 풀죽은 목소리로)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습니다. 제가 부여된 직책에 비해 경험이 짧고 무능력해 아버님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했고, 회사가 필요로 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해 파경을 맞았습니다. 모든 형사적 책임은 제게 있다고 하고 …(울먹이며)…아버님에 대해선 남은 여생 펀안히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이용남 증인◁
◇검찰 신문
―95년 국감당시 국민회의 박태영 의원이 한보그룹 관련 질의를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질의를 무마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죠.
『명시적으로 질의무마라는 지시는 안받았지만 그런 사실 있습니다』
―96년 국감때 국민회의 정세균 의원이 한보관련 자료를 요구하고 문제를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니까 무마하라는 지시를 받았죠.
『정태수 총회장이 정의원을 아느냐고 물어 대학 후배라고 하니까 만나서 부탁해보라고 했습니다』
―질의를 무마하라는 지시 아닌가요.
『그런 내용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정의원을 언제 만났나요.
『96년 10월초 강남 팔래스호텔 3층 바에서 만나 부탁했습니다. 질의라는 요지로 부탁하지는 않았지만 한보가 국감에서 거론되면 언론에도 오르내리고 사업이 힘들어지니 잘 좀 협조해달라고 했습니다』
―정의원에게 질의를 맡아줄 것을 부탁한 것 아닙니까.
『제가 정의원에 말씀드린다니까 정의원은 자신을 포함해 4명의 의원이 공동으로 자료를 신청하고 한보는 자신이 묻도록 돼있어 빼주기가 힘들다고 했습니다』
―정의원이 증인 입장을 봐서 한보철강에 대해서는 간단히 묻고 넘어갈테니 걱정말라고 했죠.
『예』
―증인은 정의원을 만난 뒤 곧바로 정총회장에게 보고하고 자료제출을 요구한 국민회의 소속 의원 4명의 명단을 적어줬죠.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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