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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증인 박석태씨 자살­검찰·청문회 진술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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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증인 박석태씨 자살­검찰·청문회 진술 내용

입력
1997.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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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무마 로비” 시인/“행장 지시 거역못해 대출 승인”/“유원인수 청와대 보고” 증언도자살한 박석태 전 제일은행 상무는 유서에서 검찰수사와 청문회 당시 자신이 거론했던 인사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죄송하다는 말을 남겨 진술에 따른 인간적인 갈등과 중압감이 자살의 한 원인이었음을 짐작케 했다.

유서에 거론된 인사는 윤진식 청와대 경제담당 비서관, 국민회의 김원길 의원·박태영 전 의원, 이철수·신광식 전 제일은행장 등 5명. 박씨가 지난 2월14일 검찰 조사와 17일 국회 한보특위 청문회 증언때 「마지못해」 거론했던 인물들이다. 이들 중 박 전의원과 김의원은 서울대 상대 후배고 이·신 전행장은 그가 행원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후 동고동락했던 한솥밥 식구들이다. 또 윤비서관은 제일은행 상무로 재직하면서 유원건설 인수문제와 한보 부도대책마련을 위해 빈번하게 접촉했던 인사다.

박씨가 대학동창, 직장상사, 상급기관 실무자등 인간적 고리로 얽힌 이들에게 본의아니게 누를 끼쳤다는 괴로움에 시달렸음을 알 수 있게 하는 인간관계다. 박씨는 한보사건으로 은행감독원 감사에서 중징계를 받고 은행을 떠나면서도 모시던 전직 행장들이 영어의 몸이 된 것을 안타까워했다. 수사를 담당한 검찰 관계자는 『박씨가 수사과정에서 한보대출의 은행장 책임을 말하면서도 이를 제지할 수 없었던 무력함을 자주 토로했다』며 『결국 한보비리가 박씨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라고 말했다.<김승일 기자>

◎박석태씨 유서 분석/검찰·청문회서 관련인사 거명/증언 파장따른 갈등 심했던듯

자살한 박석태씨는 1월23일 한보철강 부도이후 최근까지 검찰에 수시로 불려와 대출경위와 외압여부 등을 조사받았다. 또 17일에는 국회 한보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했다.

박씨는 검찰조사에서 한보대출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한보 대출경위에 대해 『이철수 전 행장으로부터 사전에 「승인타당」 의견으로 올리라는 지시가 있었다. 심사서류에는 신용조사서 평가는 한마디도 없이 원활한 생산활동 등을 위해 지원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으로 올라갔고 나는 물론 모든 이사들이 동의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불안했지만 한보철강 당진제철소가 준공되면 대출상환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고 행장취향을 거역할 수도 없어 대출승인 「가」를 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한보가 유원건설을 인수한데 대해서도 『이 전행장이 한보철강이 국가기간산업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였다. 조직생리상 상무인 내가 그 뜻을 거역할 수 없었다. 한보 정회장이 자금소요가 급한 한보철강에 사용하기 위해 유원 인수조건을 유리하게 내건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또 『95년 7월 중순 국민회의 박태영 의원으로부터 한보대출관련 자료제출을 요구받고 즉시 박의원 사무실을 찾아가 선처를 부탁했고 같은해 10월 정기국회때도 선처를 부탁했다』며 국회의원을 상대로 한 로비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또 『96년에도 자신과 담당부장이 정세균 의원과 김원길 의원을 찾아가 한보 및 효산, 우성건설 등의 대출을 문제삼지 말아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국회 청문회에서 『95년 6월 이 전행장의 지시로 청와대 윤진식 비서관에게 유원건설 인수와 관련한 보고를 했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한보 부도처리과정에 대해서도 『지난해말 청와대 윤비서관으로부터 「당장 부도내면 안될 것같다」는 취지의 전화가 있었다는 것을 신광식 전 행장으로부터 들었다』고 말했다.<김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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