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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증인 박석태씨 자살­금융계·검찰주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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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증인 박석태씨 자살­금융계·검찰주변 표정

입력
1997.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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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가 성실한 사람 죽였다”/옛동료 “의리있고 정 많은 분” 침통/“한보사태 가장 잘아는 사람일 것”박석태(59) 전 제일은행 상무의 자살소식을 전해들은 은행동료 등 주변사람들은 『박씨가 청렴하고 의리있는 사람』이었다며 『한보사태가 능력있는 사람을 죽였다』고 그의 죽음을 애석해 했다.

○…제일은행 임직원들은 박씨의 자살소식에 침통함과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한보사태가 터지기전만 해도 능력을 내외에 평가받았던 박씨가 불명예퇴진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 오던 임직원들은 『정말 자살했느냐』며 믿으려 하지 않았다. 비서실 관계자는 『내성적이긴 했지만 평소 청렴결백하고 의리를 중시하는 분이었으며 무엇보다 유난히 정이 많았다』며 『한보사태가 은행신용의 추락은 물론 능력있는 사람까지 죽였다』고 안타까워 했다.

○…재정경제원은 박씨의 자살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이번 사건이 앞으로 제일은행의 장래와 한보사태의 수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였다. 재경원의 한 관계자는 『박씨가 한보사태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중의 하나였을 것』이라며 『최근 그를 만난 사람들이 그가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더라고 전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둘째 딸 검사시보 근무

○…대검 중수부는 박씨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 때 긴박감이 돌았으나 사건과 직접 연관없는 단순자살로 결론짓고 이내 평온을 되찾았다. 김상희 수사기획관은 『최근에 박씨를 조사한 적이 없으며 조사할 계획도 없었다』며 그의 자살이 검찰조사와 무관함을 애써 강조했다. 하오6시께 김기수 검찰총장에게 이를 보고하고 나오던 김수사기획관은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박씨를 가혹하게 다룬 것 아니냐』는 물음에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한편 검찰에 따르면 박씨의 둘째 딸(26)은 95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현재 서울지검 서부지청 김병대 검사 사무실에서 검사시보로 근무중이다.

○…박씨 가족들은 문을 굳게 잠그고 외부인을 집안으로 들이지 않다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막내 딸이 들어서자 울음바다를 이뤘다. 박씨 동생 석보씨는 『시골에서 올라와 청렴하게 살려고 노력했는데 억울하게 죽었다』며 오열했다. 하오 8시20분께 박씨 시신이 삼성의료원으로 향하자 친척들의 부축을 받으며 뒤따라나온 부인 김씨는 『억울하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말을 잇지 못했다.

○…박씨가 15년 넘게 살아온 망원1동 이웃주민들은 은행상무치고는 검소하게 생활했다고 입을 모았다. 박씨가 매일 아침 목욕을 다녔던 근처 「새한탕」 종업원 강영식(47)씨는 『허름한 슬리퍼를 신고다닌 박씨는 속옷도 화려하게 입는 것을 못봤다』고 말했다. 박씨와 10년 넘게 사귀었다는 소아과의원 윤진열(45) 원장은 『박씨는 부인 김씨와 시장을 함께 다니며 반찬거리를 준비할 정도로 소탈했다』고 말했다.<이성철·최윤필·정진황·현상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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