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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목표/김이영 한양대 의대 교수·신경정신과(화요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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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목표/김이영 한양대 의대 교수·신경정신과(화요세평)

입력
1997.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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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냐 내신이냐 제도 따지기 앞서 무엇이 전인교육인가 구체적 개념정립부터교육문제의 하나로 사교육비의 증가를 지적한 한 교육전문가는 자녀의 과외비를 벌기 위해 주부가 윤락행위까지 서슴지 않는 세태를 걱정하였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내 머리에 떠오른 사건이 있다. 56년경이라고 기억된다. 경찰의 사창가 단속에서 걸린 한 여성이 진짜 대학생임이 밝혀졌다. 『매춘까지 해서 공부하려는 향학열을 높이 평가해서 처벌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반면에 나의 이웃에 살던 대서소와 문방구, 설렁탕집 주인들의 입장은 『공부가 뭔데. 매춘으로 번 돈으로 하는 공부는 의미가 없다. 그러니 처벌하고 퇴학시켜야 한다』였다. 그때는 가난한 학생들이 학비를 벌기 위해서 부업을 많이 하였고 그런 학생중 예외적인 경우가 앞에 말한 사건이었을뿐, 자녀의 과외를 위해 부모가 부업을 한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어서 그 때보다 훨씬 잘 살게 된 요즈음에 자녀의 과외비를 위해 어머니들이 부업전선에 나서고, 남편의 벌이가 괜찮은 주부까지도 이 대열에 선다고 시끄럽더니 급기야는 어머니의 윤락행위가 방송에서 언급되기에 이르렀다.

40년전의 그 여학생이 학비를 위해 갈데까지 간 극단적인 경우라면 자녀 과외비를 위해 매춘에 나선 어머니 역시 비뚤어진 교육열 때문에 자신을 타락시킨 극단적이고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교육을 위한답시고 비교육적인 행동을 서슴지 않은 경우들이다.

교육이 무엇이기에 교육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이런 일이 생기는지 한번쯤 짚고 넘어갈 필요를 느낀다.

교육의 목적은 철없는 어린아이를 사람다운 어른으로 키우는 것이다. 다른 이론도 있을 수 있다. 교육의 목적은 국가가 요구하는 인재의 양성이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술자나 전문가를 길러내는 것이 교육이라는 사람도 있고,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한 직업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란 말도 성립될 수 있다. 이 가운데서 전문가의 양성이나 생계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치는 교육은 교육중 일부에 지나지 않고, 교육목표라기보다는 기술전수라는 말이 더 적합한 저급한 교육목표라고 함이 옳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린이를 교육할때 어떤 교육목표로 시작하는가. 도둑질이라도 좋으니 전문가만 되라고 하는가. 혹은 먼저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교육부터 시작하는가. 아니 교육의 목표에 대한 개념이라도 가지고 시작하는가.

광복이후 지난 반세기동안 무수히 많은 교육개혁을 하면서 우리의 교육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한 일이 있는가. 입시 위주의 교육이 어린이를 멍들게 한다고 아우성치면서 입시 교육이 아닌 교육은 어떤 것이 되어야 하는가를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인간교육이 필요하다고 떠들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것이 인간이 되게 하는 교육인지를 연구한 적이 있는가. 우리나라가 표준으로 삼아야 할 시민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생각한 일이 있는가.

이런 근본적인 물음에 한번도 진지하게 답을 생각한 일이 없기에 대학이 교육의 목표이고, 따라서 무슨 짓을 해서라도 대학공부만 하면 된다는 그릇된 교육관이 생겼다. 그 결과 40년전 몸을 팔아서라도 대학에 다니겠다는 여학생이 40년후에는 몸을 팔아서라도 자식을 대학에 넣겠다는 어머니로 나타난 것이다.

교육정상화를 위한 교육개혁위원회에서는 교육에 관한 각종 제도를 바꾸는 연구가 한창이다. 그러나 지금은 수능이냐 내신이냐, 국가시험이냐 대학별 시험이냐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우리의 교육목표가 무엇인가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일부터 해야 한다. 전인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려면 무엇이 전인교육인가를, 전인교육의 구체적 목표가 무엇인지를 연구해야 한다. 교육의 목표를 확실히 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뜻이다.

우리 교육의 핵심적인 문제점은 잘못된 교육제도가 아니라 교육의 목표도 정하지 않고 교육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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