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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대출 창구역 수년간 총괄/박석태씨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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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대출 창구역 수년간 총괄/박석태씨 누구인가

입력
1997.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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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자살할만큼 심약하진 않은데…”정경유착을 뿌리로 한 총체적 비리구조가 「성실한 은행원」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

28일 자택에서 자살한 박석태 전 제일은행 상무는 한보사건이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장래가 확실한 은행장감이었다. 그는 강한 업무추진력, 꼼꼼한 심사분석력, 은행원으로서의 책임감, 올바른 처신 등 은행최고영영자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을 모두 갖춘 인물로 평가됐었다. 「만약 한보사태만 없었으면 차기 혹은 차차기 행장이 됐을 것」이란게 제일은행 내부평가여서 그의 죽음은 금융권 전체에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전남 무안출신으로 학다리고와 서울대 상대를 졸업, 66년 제일은행에 입행한 그는 이철수 전 행장 재직시절인 94년 심사1부장에서 임원으로 발탁됐고 결국 한보사태로 인해 2월 주총에서 연임에 실패했다. 박씨는 뛰어난 업무추진력과 냉정한 심사평가로 행내에 정평이 나 있었다. 초임 지점장시절(경남 통영지점장) 호남출신이라는 핸디캡을 극복, 경남지역에서 최고의 영업실적을 올려 은행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또 거액대출심사시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 철저한 심사분석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로 인해 고위층과 적지않은 마찰을 빚기로 했다. 한보사건후 한은부총재에서 제일은행장으로 영입된 유시열 행장은 그의 퇴임을 아쉬워한 나머지 은행고문으로 위촉하려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주변의 만류로 성사되지 못했다.

박씨는 은행재직 당시 한보 대출을 주도했던 이철수·신광식 전 행장의 신임을 받으며 제일은행을 비롯한 채권은행들의 대한보 창구역을 담당했었다. 박씨는 한보가 유원건설을 인수할 때부터 부도직전까지 한보대출 실무를 총괄하면서 그 누구보다 한보사태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알고 있을 것이란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그는 검찰진술에서도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로비활동을 벌였던 것을 일부 시인했었다.

따라서 박씨의 돌연한 죽음으로 그가 생전에 차마 밝히지 못했던 한보의혹의 실체가 영원히 베일속에 묻혀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박씨 주변인사들은 그의 죽음에 대해 『비록 그가 최근 「한보 노이로제」에 시달려온 것은 사실이지만 자살을 택할 만큼 심약한 사람은 아니었다』며 의아해했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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