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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에 그려넣은 찡한 풍경 진한 사랑/미 화가 로울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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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에 그려넣은 찡한 풍경 진한 사랑/미 화가 로울리전

입력
1997.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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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이들 모습 방패연 등에 담아/선교사 부모따라 15년 한국생활미국화가 팀 로울리(39). 우리에겐 낯선 이름이다. 그렇다고 미국에서 지명도가 높은 작가도 아니다. 그가 한국에서 처음 전시를 갖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단지 그의 그림만을 보고.

그는 58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태어났고, 캘빈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와 61년부터 76년까지 15년을 한국에서 살았다.

5월2일부터 30일까지 아트스페이스 서울(02-737―8305)에서 열리는 전시회의 출품작은 전부 그의 딸 테마와 장애아들을 소재로 했다. 중증장애아인 딸 테마가 다니던 장애시설이 이전하게 되자 짐싸는 일을 도와주러 들렀다가 우연히 사진 한 뭉치를 발견했다.

그림에 등장하는 장애아들의 풍경은 대부분 그 사진 속의 이미지이다. 장애아인 딸을 통해 진정으로 인간과 생명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답을 얻어가는 과정이 그의 작품의 주제이다.

그의 작업방식은 한국에서의 경험과 끈이 닿아 있다. 그림의 바탕은 우리의 질박한 뚝배기와 방패연이다.

뚝배기의 맨 밑바닥에 그림을 그려넣는 이유에 대해 그는 『뚝배기는 밥』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땀의 결실이자 삶의 에너지가 되는 그런 「밥」의 이미지와도 통한다.

그의 그림이 맑고 투명하면서도 동시에 강렬한 느낌을 주는 것은 비단 주제 뿐 아니라 독특한 「에그 템페라」 방식의 안료 때문이기도 하다. 물감안료를 계란노른자에 섞어 사용하는 이 방식은 빛을 거의 반사시키지 않아 투명한 느낌을 강하게 전달한다. 12세기부터 15세기에 유화가 성행하기 전까지 주로 성화에 이용했고 지오토,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등이 즐겨 썼다. 성화를 그리는 안료를 통해 주제에 다가가는 또다른 경건함을 보여준다.

로울리는 또 한 가운데 구멍이 뚫린 방패연에 그림을 그리는데 가슴이 텅빈 장애아들의 모습은 찡한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그 상실을 바탕으로 더욱 완전한 자아의 실현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울림이 더 크다. 전시회에는 20여점이 출품되는데 작가의 섬세한 정서가 느껴지는 드로잉이 빠져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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