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씨 비서진술로 새 ‘궁지’

◎“내용물은 모르지만 정 의원비서에 가방받아”/검찰,공소내용에 없는 새로운 혐의로 반격권노갑 피고인은 또 다른 돈을 받았을까.

28일 열린 한보특혜비리사건 4차공판에서 검찰이 권피고인측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3차공판까지 수세에 몰렸던 검찰은 이날 권피고인이 정재철 피고인으로부터 또 다른 「가방」을 받았다는 사실을 증인신문을 통해 이끌어내는 전과를 올렸다.

권피고인은 지난해 정피고인으로부터 세차례 1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아왔다. 변호인측은 그동안 이 돈을 받은 시점이 공소사실과 일부 다르고 돈의 성격도 뇌물이나 대가성이 없는 정치자금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해왔다. 3차공판에서 검찰과 4시간30분간의 설전을 벌인 변호인측은 이 부분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 검찰을 당혹케 했다.

그러나 이날 증인으로 나온 권피고인 수행비서인 문성민씨는 검찰의 반대신문에서 『지난해 12월 중순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정재철 의원의 비서관을 만나 서류가방을 건네받았다』고 증언했다. 문씨는 『「007가방」보다 작은 서류가방이었으며 내용물은 모르지만 권의원에게 바로 전달했다』고 털어놓았다. 증인 문씨는 「돈가방」인지에 대해 『모른다』고 답변했으나 이전에 돈을 전달받는 방법과 유사한 점은 인정, 권피고인이 세차례 이상 돈을 받았을 가능성을 높였다.

권피고인측으로선 그간에 거둔 성과가 물거품이 될 돌출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변호인측은 이에 대해 『처음 듣는 얘기로 검찰이 갑자기 공소사실 이외의 신문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또 『이것이 사실이라 해도 이번 사건과 다른 별개의 사건이며, 권피고인이 국감이후에 돈을 받은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막상 「새로운 사실」을 제기한 검찰은 재판부가 구체적 자료를 요청하자 『다음 기일에 제시하겠다』며 속내를 내보이지 않아 궁금증을 더하고 있다.

우선 검찰이 그동안 권피고인이 지난해 10월초 국감직전 정피고인에게서 1억원을 받았다는 공소사실을 놓고 변호인측과 공방을 벌인 점에 비춰 이에 대한 반격용으로 이 사실을 제기했을 가능성이 높다. 즉 권피고인측이 1억원의 자금수수 시점이 10월이 아닌 12월이란 주장은 결국 이 새로운 사실에 대한 입증일 뿐이란 것이다. 안종택 중수2과장이 문씨로부터 『정피고인측을 12월 6, 7일께 한번밖에 만나지 않았고 이때 이외에는 가방을 받은 적도 없다』는 다짐을 받은 점도 이같은 해석을 낳고 있다.

권피고인의 「제4의 자금수수」여부는 다음달 12일 5차공판에서 구체적 사실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이같은 사실이 입증된다면 권피고인은 도덕성에 또다른 흠집을 얻게 된다. 그러나 검찰도 부담이 없지는 않다. 비록 검찰이 이같은 사실이 밝혔냈다고 해도 권피고인측과의 「시점공방」에서 불리해지자 이를 들춰냈다는 비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이태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