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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쇠 부자’ 초라한 법정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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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쇠 부자’ 초라한 법정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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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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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 상승” 정태수씨 퇴정 명령/신문받던 보근씨 두차례 눈물한보특혜비리사건 4차공판 법정에서 한보그룹 정태수 총회장-보근 회장 부자가 31일만에 상봉했다. 지난달 28일 아들 정피고인이 구속된 이후 첫 만남이었으나 눈도 맞추지 못했다.

15일 뇌졸중으로 쓰러져 실어증 증세를 보이며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뒤 첫 「나들이」를 한 정태수 피고인은 링거주사기를 꽂은 몸을 휠체어에 싣고 의료진과 수행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재판부의 호명에 따라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 입정한 아들 정피고인은 침울한 표정으로 재판부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한 뒤 아버지에게 눈길조차 주지못한 채 피고인석으로 향했다.

정보근 피고인에 대한 검찰 직접신문에 앞서 정태수 피고인의 변호인인 허정훈 변호사는 재판부에 『정피고인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니 안정된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퇴정을 요청했다. 『피고인이 퇴정한 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불이익을 당해도 감수하겠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정태수 피고인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곧바로 퇴정해 법정 옆에 마련된 피고인 대기실로 자리를 옮겼다. 5분만이었다.

정태수 피고인이 퇴정한 뒤 곧바로 이어진 정보근 피고인에 대한 검찰 직접신문과 변호인 반대신문은 정피고인이 검찰의 공소사실을 시인, 예상보다 짧은 20여분만에 마무리됐다.

정피고인은 그러나 현재의 심정을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연로하신 아버님은 여생을 병을 치료하며 편안하게 사시도록 하고 싶다. 모든 책임이 나한테 있다』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방청석에 앉아 묵묵히 재판을 지켜보던 원근―한근 형제도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떨구었다.

아들은 하오 5시20분께 「정총회장의 혈압이 현재 190으로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서울대 의료진의 메모를 받은 재판부가 『몸상태가 좋지 않은 것 같은데 병원으로 바로 가라』고 아버지의 퇴정을 명하자 다시 눈물을 흘렸다. 정씨 부자는 다음달 6일 열릴 5차공판에서 다시 한번 법정에 선다.<이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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