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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증인 박석태씨 자살/전 제일은 상무… 자택서 목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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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증인 박석태씨 자살/전 제일은 상무… 자택서 목매

입력
1997.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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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대출개입” 증언 장본인/“의원·은행임직원에 죄송” 유서제일은행의 한보그룹 특혜대출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국회 한보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전 제일은행 상무이사 박석태(59)씨가 자살했다.

28일 하오 3시10분께 서울 마포구 망원1동 404의 38 박씨 집 2층 계단 2.5m 높이 난간에 박씨가 나일론끈으로 목을 매 자살한 것을 학교에서 귀가한 셋째 딸(23)이 발견했다. 박씨는 나일론끈이 풀어져 1, 2층 사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으며 당시 부인 김주영(52)씨는 은행업무를 보기위해 외출하고 집에 없었다. 박씨는 2층 서재 책꽂이에 『윤진식 비서관님, 박태영 의원님, 김원길 의원님 죄송합니다. 이철수 행장님, 신광식 행장님 죄송합니다』 『제일은행 임직원 여러분 대단히 죄송합니다』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관련기사 2·3·6·12·39면>

은행동료와 가족들에 따르면 치밀하고 꼼꼼한 성격의 박씨는 1월 한보그룹 부도직후부터 『나 때문에 은행이 큰 손실을 입었다』 『죽고싶다』며 크게 자책해 왔다. 또 2월 검찰조사와 17일 국회 한보특위 청문회 출석으로 자신과 은행의 명예가 손상된 데 대해 괴로워했으며, 말수가 적어지고 집에서 칩거하는 등 대인기피증세까지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국회 청문회에서 한보그룹의 재무구조가 최악의 상황인데도 거액대출이 이뤄진 경위를 추궁받자 『지난해말 청와대 윤진식 비서관으로부터 한보의 부도를 막아달라는 전화가 걸려왔다』며 한보대출 청와대 개입설을 처음 폭로했었다. 박씨는 또 2월14일 대검 중수부에 소환돼 한보그룹에 대한 거액 대출과정에서의 외압 가능성, 대정치권 로비 등을 진술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씨는 이 전행장의 업무상배임 혐의 입증에 결정적인 진술을 했다』며 『조직인으로서의 갈등이 자살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대 상대를 졸업, 66년 제일은행에 입사한 이후 지점장과 본점 심사1부장을 거쳐 지난해 2월부터 상무이사로 재직해 오다 3월7일 주주총회에서 이사선임을 받지못해 퇴임했다. 박씨의 유해는 삼성의료원에 안치됐으며 발인은 5월2일 치러진다.<이진동·김정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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