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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망명자들 ‘적과의 동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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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망명자들 ‘적과의 동침’

입력
1997.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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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피해 유랑 100만명 귀향/‘타도대상’ 피노체트 건재에 ‘혼란’오거스토 피노체트(80)의 군사독재의 압박을 피해 해외로 망명했던 수많은 칠레인들이 조국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 이들의 귀국은 인권운동가출신의 에두아르도 프레이(55) 칠레 대통령이 94년 취임이후 추진하고 있는 「역사 바로 세우기」정책에 따른 것이다. 「귀향자(Retornados)」들의 숫자는 현재 100만명으로 칠레 총인구 1,400만명에 비춰보면 엄청나다.

하지만 「유배지」에서 돌아온 이들은 아직도 독재자가 건재하고 과거에 비해 눈부시게 발전한 조국을 보고 극심한 혼란을 겪고있다. 73년 9월11일 군사 쿠데타를 일으켜 살바도르 아옌데 당시대통령을 죽이고 집권한 피노체트는 전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지만 칠레를 선진국의 문턱에 다다르게 만들었다.

평균 7.1%에 달하는 경제성장과 6%의 물가억제, 6%의 실업률, 극빈자의 감소 등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피노체트는 현재도 군부를 장악한 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귀향자들은 경제성장이 민주주의를 낳게 했지만 독재자가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랑스로 망명했다가 돌아온 영화감독 마르코 엔리케(여)는 『사람들은 내가 피노체트를 동정적으로 그리는 영화만 만들고 있다고 비난한다』며 『그러나 그를 정말 증오하는 방법은 우리 역사를 바로 그리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의 말속에는 피노체트가 이룩한 경제성장을 받아 들일 수 밖에 없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권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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