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게릴라들의 새로운 해방구/행위예술·프리재즈·국악…/암호로 유통되던 소수문화/지하실 4평 무대위에서 숨겨진 모습 드러낸다쿠바 혁명의 아버지 체 게바라는 영구혁명의 이념을 평생 끌어 안고 살았다. 그러나 얼마 안 가 현실이 혁명 이념을 변질시키자, 결국 딴 나라 혁명의 전장에서 생을 마쳤다. 홍대앞 카페 「발전소(Kraftwerk)」는 새로운 카페 문화의 꿈, 그 영구혁명에 사로잡힌 문화 게릴라들의 처소이다.
김백기의 현대무용 「인생-몸짓」, 색소폰 주자 강태환의 「프리뮤직」, 고재경의 「판토마임」이 올해 공연중 특히 높은 호응을 받았다. 고작 4평의 무대. 그를 둘러싼 몇 안되는 테이블은 물론 바닥과 계단, 심지어는 무대 모서리에 엉덩이만 간신히 걸치지만 관객들은 열광한다. 구겨 앉아봤자 200명을 넘지 못하는 곳, 딴데서는 찾아볼 수 없는 풍경이 거기에는 있다.
CD가 2,500장, LP가 2,000장 대기중이다. 특히 유럽의 아트록, 비틀스의 앨범 등은 모두 원반이다. 국악은 송만갑(모노 SP판)에서 김덕수의 최신보 「난장」까지 모두 300장. 그밖에 김민기에서 이정선까지 모두 200장이 항시 준비중. 그러나 이른바 인기가요나 댄스뮤직은 명함조차 내밀지 못한다.
『대학로는 정책 입안자에 의해, 압구정동은 자본의 논리에 의해 가공됐다. 그러나 홍대 앞은 대안문화(alternative)로서 존재해야 한다. 그 중심에 「발전소」가 있다』 카페 주인, 아니 소장 김백기(34·행위 예술가)씨가 밝힌다.
문화가 특정 소수, 즉 문화 귀족주의자만을 위한 암호처럼 향유되는 현실에 대한 반발. 나아가서는 하위 문화(Sub―Culture)가 음지를 박차고 떳떳이 자기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마당. 「발전소」의 자리매김이다. 이른바 「홍대앞」. 록 카페, 커피숍, 화방, 서점, 음식점, 편의점 등의 상업 시설이 대학 문화와 얽힌 독특한 「문화 특구」다.
92년 문을 열었을 때만 해도, 손님이라고 해야 가물에 콩나듯 했다. 얼른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다,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던 록 카페들과 별로 다를 것 없었다는 점이 이유였다.
그러나 올초, 위상 정립을 위한 수차례의 회의 끝에 불은 댕겨졌다. 『현장과는 괴리된 채 이미지만을 소비하는 이 시대를 「진짜 라이브 카페」로 끌고 가자』 라이브, 그것도 일반 무대에서는 쉬 접하기 힘든 형태의 공연이 결론이었다.
지하가 공연장, 1층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다. 평일은 보통 80명, 주말이면 300명선을 유지하니, 그럭저럭 흑자라고 극장측은 밝힌다. 흥이 오른 관객들은 무대로 올라와 멋대로 즉석 해프닝을 벌이기도 한다.
「발전소」의 꿈은 최근 인터넷을 감염시켰다. 지난 3월 개설된 전용 사이트에는 앞으로의 공연(국악 록 무용 행위예술 실험극) 일정 등 「발전소」에 관한 정보들이 한 번의 클릭으로 제공되고 있다.(http://www.cityscape.co.kr/cafe/kraftwerk/index.html)
『홍대앞 발전소 가자』는 주문을 받은 택시기사가 인근 당인리 발전소로 손님을 모시니, 「고충」이라고. (02)337-7259<장병욱 기자>장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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