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승부수보다 현실 인정 “마무리”/대선후보 경선 「마지막 힘」 가능성도김영삼 대통령이 정치권력의 향방과 배분을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기간은 이제 3개월여밖에 남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신한국당대선후보가 결정되는 7월이후 권력의 중심축은 김대통령으로부터 급격하게 멀어질 것이 틀림없다. 김대통령은 「지도하는 권력」이 아니라 「집행하는 권력」만으로 나머지 임기를 마무리 하게 될 것이다.
김대통령에게 3개월은 너무 짧으며 운신의 폭 또한 좁기 그지없다. 노동관계법 파문에 이은 한보사태로 이미 정치권력의 탄력성을 거의 상실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아들 현철씨가 구속될 경우 야권 등으로부터 「하야공세」에 몰려 권력공황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현철씨 문제를 처리하고 여권의 대권 후보경선을 관리하면서 김대통령이 과거 정치역정에서 보여줬던 절묘한 승부수를 다시 한 번 던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왕도가 없다』고 말한다. 깜짝 놀랄만한 대처방안이 있을 수 없으며 작위적 승부수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변의 정치상황과 논리에 따라 충실하게 현실을 이끌고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적절한 대책이라고 한다.
청와대는 국면전환을 위한 인위적 노력없이도 정치상황은 일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 갈 것으로 보고 있다. 5월들어 각 당은 경선등 당내 문제로 바빠질 것이며 6월은 임시국회가 예정된 상태다. 김대통령은 특히 6월 국회에서 고비용정치구조를 청산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여야 경제대책회의에서 수렴된 각종 의견을 정부정책에 적극 반영토록 하는 등 임기내 마지막 국회를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현철씨의 경우 그가 구속되든 안되든 대책에는 별 차이가 없다』며 『현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감내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통령은 한보사태 전반이나 아들문제와 관련, 여야 영수회담이나 특별담화발표 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모든 사법처리가 끝난뒤 적절한 시점을 택해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입장과 심경을 표명하고 국민의 양해를 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더 이상의 이벤트성 정치행위는 오히려 국민정서를 자극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런 방법으로 호소하겠다는 것이다.
김대통령은 대선후보 경선관리 역시 주자들간의 자유경쟁을 충분히 지켜보겠다는 자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통령은 경선이 끝날 때까지 당이 단합된 모습을 보이며 누구도 이탈하지 않는 여건조성을 위해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김대통령과 만났던 여권 고위관계자는 『김대통령이 이회창 의원을 대표로 선임한 것은 당시 정국으로 미루어 볼때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김대통령은 이대표가 당내 정치를 매끄럽게 이끌지 못한 점을 아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대표가 선착의 이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상태에서 여전히 김심은 경선구도를 읽고만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김대통령에게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은 사실상 정치권력의 권위와 힘을 행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할 수 있다. 평생을 정치승부사로 살아온 김대통령이 결코 불편부당하게 이를 지켜보지는 않을 것으로 일부 정치권은 관측한다.<손태규 기자>손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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