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 박정희 대통령을 찾는 일종의 「박정희 신드롬」이 조성되는듯 하다. 보릿고개를 해소한 현대사의 영웅으로, 강력한 리더십과 소신을 지녔던 탁월한 정치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의 일대기를 그리는 소설이 집필되고 있으며 그를 좋아한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결성됐다. 70년대를 향한 향수와 뒤범벅이 된 「박정희신드롬」은 암울한 현실에서 도피하고픈 고단한 이들의 심리를 대변하는듯 하다.며칠전에는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사건에 연루된 비뇨기과의사가 국회청문회에 나와 순식간에 「청문회 스타」로 부상했다. 그는 반말을 건네는 국회의원에게 맞고함치며 전 국무총리를 『코미디언이 된 줄 알았다』고 비아냥댔다. 또한 국회의원들에게는 『당신들이 한게 뭐냐』고 따지며 기성권위를 마음껏 유린했다. 그의 거침없는 답변은 진위여부를 떠나 「모르쇠」에 분통터져 하던 국민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었다. 한 야당의원은 그를 「의사」의 반열에 올려놓기까지 했다.
때아닌 「박정희신드롬」과 「청문회 스타」 박경식씨에 대한 환호는 성격상 닮은데가 있다. 박씨 증언의 진위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듯이 박 전대통령의 역사적 공과도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에 대한 열광에서는 「될대로 되라」는 식의 허무주의의 냄새가 난다. 현실도피적인 경향도 느껴지고 병적인 탐닉으로도 보인다.
얼마전 TV에서 미국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가 방영됐다. 도박과 총질에 이력이 난 세 남녀가 은행강도 행각을 벌이다가 사살되는 단순한 내용이다. 여러차례 봤지만 역시 재미있었다. 영화에서는 건달이 영웅으로, 성실하고 선량한 시민이 오히려 시시한 인간으로 묘사되고 있다. 시청자는 무의식중에 은행강도의 영웅만들기에 빨려들었다.
영화는 어차피 허구이고 주인공에 대한 미화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박 전대통령이나 박경식씨는 엄연한 역사이며 현실이다. 현실에 절망할때 사람들은 강력하고 절대적인 존재에게서 정신적인 도피처를 찾으려 한다. 그렇지만 아무리 안팎으로 답답해도 이런 빗나간 열광과 타협해서는 안될 것이다. 오히려 맑은 정신과 의지로 각자 감당해야 할 몫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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