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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난과 군퍼레이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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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난과 군퍼레이드(사설)

입력
1997.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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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5일 인민군창설기념일을 맞아 평양에서 거대한 병력을 동원한 군사 퍼레이드를 벌였다. 최고사령관 김정일은 높은 단상에 서서 그 주위로 실각설이 나돌던 강성산 총리를 비롯한 당, 군, 정부의 요직자들을 거느린 가운데 군퍼레이드의 사열을 받았다. 이날 퍼레이드는 CNN방송같은 외국언론도 초청됐기 때문에 화면자료를 받아 국내외에서 광범하게 시청됐다. 김정일의 자신에 차 보이는 손짓모습도 붉은 색깔의 깃발물결을 따라 움직이는 인민군 퍼레이드광경과 함께 생생히 방영됐다. 펄럭이는 깃발에는 「김일성주체사상만세」 「조국해방을 이루자」와 같은 공격적인 표어도 들어 있었다.아무리 상식이 통하지 않는 북한이긴 하지만 전주민이 굶주려 죽는다고 정부차원에서 외국에 식량을 구걸하고 있는 터에 대규모의 군 퍼레이드를 하고 그것도 외국언론기관까지 초청해 공개한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배고프다는 것이 거짓말이거나 배고픈 것과 남한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의지는 별개로 본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탱크를 앞세운 엄청난 공격군 위엄을 자랑하는 북한을 어떻게 남한이나 그 우방이 굶주리는 나라로 보고 쌀을 지원할 수 있겠는가. 그 탱크와 대포들은 바로 6·25때 38선을 넘어 무자비한 남침을 했던 상징물들이 아닌가.

공산독재국가에서 상징물의 동원이나 무력과시용의 군퍼레이드를 중요시하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북한은 알려진대로라면 지금은 비상시국중에서도 비상시국이다. 전주민의 반이상이 굶주림에 처해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 기아를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지 군사기동훈련, 군퍼레이드와 같은 힘의 과시운동을 통해 「남조선무력해방」론이나 주장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이다. 북한은 금년들어서만도 지난 2월의 김정일생일, 4월의 김일성생일, 그리고 김일성의 시신이 들어 있는 금수산궁단장과 김정일의 별장이 될 각지역의 특각건설에 적어도 8억달러를 쓴 것으로 계산되고 있다.

남한을 군사보복할 것이라는 말도 그치지 않고 있다. 서울에 망명한 황장엽 전 비서도 북한의 무력남침계획이 절대로 헛구호가 아니며 그 실행준비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344만톤의 양곡을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2,200만 주민의 정상적인 식생활을 위해서는 650만톤의 양곡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필요량의 겨우 절반만 되는 양이다. 344만톤중에는 유엔 등에서 얻어간 106만톤이 들어있어 북한의 식량사정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미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런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정권은 뭔가 크게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군사훈련, 군 퍼레이드의 비용을 줄여 식량을 사는 자구노력을 보여야 한다. 워싱턴 포스트지의 논평처럼 군사분계선(DMZ)에 전진배치되어 있는 공격군을 후퇴시켜 한국과 그 이웃들이 쌀지원을 할 수 있는 여건부터 갖춰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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