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도 깜짝놀랄 단서 포착”/“측근들이 이권개입 연결고리/직간접적으로 수억원대 받아”/“대선자금은 정치적 해결”… 일단 발뺄듯국회 청문회의 예비관문을 통과한 김현철씨는 이제 마지막으로 검찰수사의 철벽관문을 남겨 놓고 있다. 김씨는 26일 새벽까지 계속된 청문회에서 자신을 둘러싼 무수한 의혹 가운데 뚜렷한 물증이 제시되거나, 사법처리 가능성이 없는 인사개입 부분만 일부 시인했을 뿐 이권개입이나 정보유출 등 민감한 의혹들은 부인으로 일관했다.
결국 진상규명은 검찰의 몫이 되면서 국민들의 이목이 수사에 집중돼 있다. 검찰은 김씨의 사법처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검찰은 청문회를 지켜보면서 구체적인 물증없이는 김씨를 굴복시킬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또 김씨가 청문회에 나온 박태중 (주)심우 대표, 김기섭 전 안기부운영차장 등 측근들과 사전에 입을 맞춘 인상을 짙게 풍겼다. 검찰수사의 난항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검찰은 지난달 13일 김씨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하고도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지 못해 김씨에 대한 혐의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주말부터 상당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검찰은 이미 김씨가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업체들로부터 수억원대의 돈을 받은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김씨 자신도 깜짝 놀랄 만한 단서를 포착했다. 문제는 김씨가 이를 순순히 시인하느냐는 것』이라고 말해 김씨의 결정적인 비리단서를 확보했음을 내비쳤다.
검찰은 또 청문회를 통해 김씨 진술의 허점을 상당부분 찾아냈다. 김씨가 민감한 신문사항에는 진술을 얼버무리거나 번복하는 등 약점을 드러낸 것도 검찰로선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대목이다. 김씨가 자신의 의혹들에 대해 충분한 대비가 안돼있을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검찰이 김씨를 상대로 중점 추궁할 부분은 이권개입과 금품수수 의혹이다. 검찰은 그동안 박태중씨와 이성호 전 대호건설 사장 등 김씨 측근 인물의 비리를 집중 수사해 이들이 이권에 개입하거나 김씨를 등에 업고 이권을 따낸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김씨 주변인물들에 대한 계좌추적을 통해 이들이 이권개입의 대가로 거액을 챙겨온 사실도 밝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김씨 주변인물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받은 돈의 상당액이 김씨의 정치활동비로 쓰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일단 박씨 등 김씨 주변인물을 이번주초부터 차례로 소환, 조사한뒤 김씨와의 자금 연결고리를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김씨의 국정·인사개입과 대선자금 유용의혹에 대해서도 진상규명 차원에서 조사를 할 것으로 보이나 국정·인사개입은 이미 상당부분 확인이 됐고, 대선자금은 수사의 본질이 아니라는 입장이어서 청문회 수준 이상의 강도높은 수사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선자금은 정치적 해법으로 접근해야지 검찰이 나설 문제가 아니라는게 검찰 수뇌부의 입장이다. 여권이 대선자금 사용내역 공개를 검토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결국 김씨 문제는 「사법처리→여권의 대선자금 공개」로 일단락될 전망이다.
검찰은 늦어도 5월 중순 이전에는 수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김상철 기자>김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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