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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들이 무슨 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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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들이 무슨 죄인가”

입력
1997.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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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월 청각장애아 질식사시키고 엄마도 자살『난 그렇게 많은 행복을 바라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삶을 살고자 했는데 최악의 벌이 내려졌다. 불쌍한 우리 아기에게 용서를 빈다』

25일 하오 생후 17개월된 선천성 청각장애아 아들을 베개로 질식사 시킨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주부 김모(29·노원구 중계동)씨는 장애아를 낳은 어머니의 고통을 일기장에 깨알같이 적었다. 김씨에게 불행이 닥친 것은 95년 11월. 남편 이모(31·회사원)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생후 2개월이 지났는데도 소리를 듣지 못하고 커다란 눈으로 하염없이 천장만 쳐다봤다.

김씨는 남편과 함께 아기를 데리고 숱하게 병원을 찾아가 검사를 받았지만 그 때마다 「청각장애아」라는 말 뿐이었다. 아이의 귀에 보청기를 끼워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씨는 『무슨 큰 죄를 지었다고 이렇게 가혹한 벌을 받는가』라며 혼자 분노를 삭이고 이같은 사실을 친정과 시댁 어디에도 알리지 않았다.

활달한 성격이던 김씨는 점점 말수가 줄고 외출도 하지 않았다. 남편 이씨는 26일 경찰에서 『아이가 그렇게 된 뒤 아내는 전화받는 것도 싫어하는 등 고통의 나날을 보냈다』며 『그래도 잘 키워보려고 애썼는데…』라며 눈물을 쏟았다.

김씨는 유서에서 『놀이터에서 재잘대며 노는 동네 아이들을 보면서 불쌍한 우리 아기 생각에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평생 고통을 받을 아기를 생각하면 더 이상 살아갈 힘이 없다』고 썼다. 김씨는 『아기와 남편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저 세상에 간다』고 적었다.<이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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