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정태수씨는 곁눈질로 시청김현철씨를 국회 한보특위 청문회에 세운 G남성클리닉 원장 박경식(44)씨와 정태수(74) 한보그룹 총회장은 25일 전혀 상반된 하루를 보냈다. 박씨는 TV를 끈 채 환자진료에 몰두했지만 정씨는 병실에서 현철씨 청문회 장면을 지켜봤다.
상오 9시30분께 출근한 박씨는 4개의 진료실을 돌며 환자들을 돌봤다. 점심도 외부 식당에 주문해 먹은 박씨는 기자들이 TV를 켜려하자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며 막았다. 박씨는 『청문회에서 모든 진실을 밝혔는데 더 할말이 뭐 있겠느냐』며 『국민은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씨는 95년 2월27일 신라호텔에서 김기섭 오정소씨를 만난 사실을 현철씨가 부인했다고 하자 『내가 허깨비를 봤다는 얘기냐』며 『허깨비들이 나라를 망쳤나 보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날 성명을 내고 『나 하나 희생해 무능하고 부패한 잔존 세력을 씻어낼 수 있다면 어떤 고난도 달게 받겠다』면서도 『이 정권이 나를 괘씸죄로 감옥에 집어넣으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뇌졸중으로 정씨가 입원한 서울대병원 12층 114호실은 이날 문이 굳게 잠겨 있었지만 병실 밖으로 간간이 TV 소리가 새나왔다. 병실에서 교도관 5명과 함께 생활하는 정씨는 병상에 누운 채 가끔씩 눈을 떠 교도관이 켜놓은 TV를 곁눈질하며 현철씨 청문회 장면을 지켜봤다. 한 간호사는 『정씨가 가늘게 눈을 뜬 채 TV를 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상오 9시께 정씨를 검진한 노재규 신경과 과장은 『정씨는 「28일 법정에 나갈 수 있겠느냐」는 물음에 필답으로 「변호사들이 얘기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김동국·박일근 기자>김동국·박일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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