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이 정부의 허가도 받지 않고 북한과 경제협력을 비밀리에 추진해 온 것은 엄연한 불법행위다. 특히나 이같은 불법적인 대북경제협력에 정부의 산하기관인 대한무역진흥공사(KOTRA)의 핵심적 간부가 이를 묵인, 적극 지원해 왔다는 데는 아연해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가뜩이나 어렵고 미묘한 정부의 대북정책을 뿌리째 흔들고 왜곡한 행위로서 진상을 조사한 후 한보그룹은 물론 관련인사들을 엄중하게 의법조치해야 한다.한국일보는 지난 3월30일자에 한보철강이 당국의 승인도 없이 몰래 북한의 황해제철소에 총 530만달러를 투자하고 이의 대가로 선철(쇳물)을 수입하는 한편 동제철소 경영권에도 참여할 것을 추진중이며 1차로 선철매입 대금으로 330만달러를 지불했다고 보도했었다. 이 사업은 정태수 총회장과 4남인 정한근씨 등이 직접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국회청문회에서 정총회장 등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여 흐지부지되는 듯싶었다.
하지만 본보가 24일자에 입수·보도한 소위 「한보의 NK공작」문서를 통해 불법 대북경협이 사실임이 드러났다. 무공의 홍지선 북한실장이 무공의 지원하에 한보가 북한과 선철 270만달러 상당의 계약을 맺고 올 1월 120만달러를 송금했으며 또 이 사업이 김정일에게 두 차례나 보고됐다고 밝힌 것이다.
한보의 불법적인 대북경협은 많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먼저 작년 가을 잠수함침투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극도로 경색, 악화됐을 때 한보가 대북협력을 추진한 점이다. 당시 정부는 모든 대북경협을 「북한의 사과를 전제」로 완전동결, 금지했었는데 어떻게 한보만이 독자적으로 그것도 허가없이 교섭에 나설 수 있었는지 그 배경이 아리송하다.
남북교류협력법은 대북경제교류를 하려할 때는 통일원의 사업승인을 받아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3년이하의 징역과 일정액의 벌금형을 받게 되어 있다. 그럼에도 한보가 이를 무시하고 독자적으로 교섭하고 투자했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권력의 비호가 있었다는 심증을 갖게 한다. 그동안 여러 재벌그룹이 각 분야별로 내실있는 대북진출계획안을 당국에 제출하고 또 나진·선봉특구에 진출을 계획중이었는데 유독 한보가 북측과 계약한 것은 당국 스스로가 외국환관리법과 남북교류협력법 등을 위반했다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통일원이 뒤늦게 무공측에 해명을 요구하고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대통령이 측근을 내세워 진두지휘했다가 낭패를 봤던 15만톤 쌀지원교섭때처럼 정부가 대북정책은 물론 국가기강의 난조를 자초한 것이어서 걱정스럽기만 하다.
우선 당국은 철저한 진상규명후 공개해야 하며 관련자 전원을 엄벌해야 한다. 만일 한보의 대북교섭에 소문대로 김현철씨 등의 관련이 확인된다면 국정개입 및 기강문란과 관련,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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