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아버지안풀린 민심 의지할 곳 별로없어/“이번 사태 일단락되면 밖으로 나갈 수 밖에…”김현철씨는 청문회 이후에도 외롭고 처연한 길을 걸어야 할 것 같다. 자신의 청문회는 끝났지만 이른바 「김현철 파문」은 아직 계속되고 있으며 한보의혹도 여전히 의문부호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는 청문회에서 가능한한 머리를 낮게 수그렸으나, 외양적 겸손만으로 무수한 의혹들을 잠재울 수도, 격앙된 국민감정을 누그러뜨릴 수도 없다.
따라서 구설수에 오를 언행이나,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만남은 극력 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아버지인 김영삼 대통령을 만나러 청와대에 가는 일은 당분간 하지 않을 생각이라는게 주변의 전언이다.
그를 잘 아는 여권의 한 인사는 『국정개입파문 이후 청와대에 가지 않았으며 주일 가족예배에도 참석지 않았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현철씨 자신도 근신하고 있으며 김영삼 대통령도 아들을 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철씨의 한 친구는 『대통령이 매정하다는 느낌마저 든다. 옆에서 보자니 「너무한다」는 원망마저 생길 지경』이라고 말했다.
현철씨는 김대통령 뿐만 아니라 외부인사들을 만나지 않고 구기동 자택에서 칩거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청문회 일정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면서 박태중씨가 검찰에 소환되는 등 본격적인 수사가 예정돼 있어, 대외적 활동을 할 수도 없다. 검찰이 사법처리에 필요한 물증확보에 나서고 여권도 사법처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어, 현철씨는 사법처리를 「기다리는」처지가 될 것이다.
그는 현재로서는 자신의 사법처리를 부당하게 여기고 있다. 현철씨는 청문회 이전에 청와대의 한 수석에게 전화를 걸어 『구속을 전제로 수사를 할 수 있느냐』고 반발한 바 있다. 그의 반발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현철씨는 신한국당의 한 의원에게 『하소연마저 언론에 흘러나가니 그 누구에게 속마음을 얘기할 수도 없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현철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국정 개입에 대한 도덕적 비난은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이권에 개입하거나 남의 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그는 얼마전 여권의 한 인사에게 『검찰이 납득할 혐의로 나를 구속한다면 피할 수 없다. 나 하나의 희생으로 난국이 타개된다면 벌을 달게 받겠다. 하지만 없는 죄를 만들어 처벌하려 한다면 법적으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 방어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백을 주장하는 그도 자신의 사법처리를 예감하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단죄를 요구하는 민심을 그도 충분히 알고 있다. 그래서 그 이후의 거취도 생각중이라는 후문이다.
자신의 사법처리가 일단락되고 나면 현철씨는 외유를 택할 것으로 보인다. 측근들은 『한동안 밖에 나갈 수 밖에 없지 않느냐. 유학을 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신한국당 경선이나 대선은 그에게 그저 「남의 일」일 수 밖에 없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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