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의혹 해명유도 방패막이역/야 새 증거없이 인신공격 발언/「현철씨 청문회」 분노의 목소리25일의 국회한보특위 「김현철 청문회」는 그동안 답답한 청문회과정을 지켜보면서도 용케 인내해 왔던 국민들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이날 신문사에는 『이따위 청문회를 하는 진짜 이유가 뭐냐』는 항의전화가 하루종일 이어졌다. 분노의 주된 표적은 오히려 「현직 대통령의 아들」을 출석시킨 역사적 청문회를 한낱 3류 정치쇼로 만들어버린 특위위원들이었다.
TV생중계에 쏠린 국민 대부분의 눈과 귀 앞에서도 여당의원들은 김현철씨의 방패막이 역할에 급급했고, 야당의원들은 준비부족으로 김씨의 탄탄한 방어막앞에서 시종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청문회 내내 여당 특위위원들은 한보특혜대출과 관련한 외압, 국정개입 및 각종 이권개입에 대한 의혹을 파헤치려는 노력은 커녕 오히려 김씨에게 세간의 의혹을 해명할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사실과 다르다』 『처음 듣는다』 『한보제철소가 당진에 있는지도 몰랐다』는 등 납득키 어려운 답변이 이어지는데도 시종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표정을 지었다.
특히 『대통령의 아들이기 때문에 과거 고생한 분을 추천했다』 『현재 헬스클럽회원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대답에도 『구체적으로 누구를 천거했느냐』 『그러면 과거에는 소유했느냐』는 등의 당연한 추가질문조차 제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며칠전 박경식 증인과 명백히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에 대해서조차 더 이상 묻지 않고 넘어갔다. 김씨 측근의 청와대 무적근무사실 같이 이미 확인된 사실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명시간을 제공하는 「친절」을 베풀었다.
오랫동안 김씨의 청문회출석을 집요하게 요구했던 야당의원들도 비난을 피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김씨의 출석결정이후 60일이 넘었는데도 이날 새롭게 제시된 증거나 조사자료는 거의 없었다. 『증인이 있다』 『검찰에서 거짓으로 판명나면 책임을 지겠느냐』 『신문에 났는데 부인하느냐』는 등의 엄포와 『백수』 『분수를 모른다』 『젊은 사람이 너무 설쳤다』는 등의 인신공격만으로는 김씨의 방어논리를 뚫기에 역부족이었다. 비디오테이프가 확인시켜 준 YTN인사개입에 대한 추궁도 『사실과 다르다』는 김씨의 간단한 부인에 맥없이 힘을 잃었다.
이날 굳이 성과라고 할만한 것이라고는 개혁의 칼이 시퍼렇던 정권초기에 룸살롱을 다니고 하루 50만∼60만원짜리 호텔스위트룸을 이용했다는 「사소한」 부도덕성만을 들춰낸 것이 전부였다. 며칠전 박경식 증인의 파격적인 답변태도가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았던 이유가 바로 특위위원들에 대한 질타때문이었음을 새삼 상기시켜준 「김현철청문회」였다.<정덕상 기자>정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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