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하게 임하되 할 말은 단호히 하겠다』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청문회를 하루 앞둔 24일 지인들에게 전한 말이다. 현철씨는 절친한 사이인 여권의 한 인사에게 『파문을 일으킨데 대해 국민께 사과한다는 자세로 청문회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현철씨는 특히 『아버지께 누를 끼쳐드린 점이 정말로 가슴 아프다. 잘못이 있다면 비판과 질책을 달게 받겠다』고 고통스런 심경을 토로했다고 한다.그는 그러나 『사실이 아닌 풍문으로 추궁한다면, 진실을 밝히는 차원에서 단호하게 반박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현철씨는 이어 『혐의가 드러나 사법처리돼야 한다면 피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여론이 들끓는다해서 없는 죄를 만들어 나를 희생양으로 만들려 한다면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신감 회복한듯
현철씨의 얘기를 들은 이 인사는 『절대 평정을 잃지말라. 말 하나, 표정 하나에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 아버지를 염두에 두고 임하라』고 충고했다. 이 인사는 또 현철씨의 친구이자 측근인 박태중씨가 차분하게 청문회를 마쳤다고 평가하며 『태중이처럼 하면 된다』고 겸손을 거듭 강조했다.
사실 현철씨는 그동안 자택에 칩거하며 긴장된 생활을 해오다 박태중씨가 청문회의 신문을 무난히 넘기자 상당히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평소 자기와 줄을 대려던 수많은 사람들이 전화조차 하지않자 심한 고독감과 배신감마저 느꼈다 한다. 이 와중에서 현철씨는 측근들, 잘아는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며 예상질의·응답 준비를 했다. 그의 한 측근은 『현철씨는 기억을 되살려 자신이 참석한 모임, 발언, 만난 사람 등을 정리했다』며 『A4용지로 30장 이상의 분량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증언자료 착실준비
현철씨는 청문회에서 제기될 의혹을 크게 한보외압여부, 인사 등 국정개입, 이권개입, 사조직운영 등 4가지로 정리했다는게 주변의 전언이다. 현철씨는 한보문제에 대해선 『전혀 관련되지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00억원 리베이트설, 자신이 한보사건의 몸통이라는 의혹에는 조목조목 반박할 방침이다. 다만 정태수씨의 아들인 보근, 원근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 밝힐 예정이다.
국정개입에 대해선 『아버지에게 시중여론을 전달하면서 능력있고 평판좋은 인사들을 일부 추천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하겠다는 자세다. 그러나 국정을 좌지우지했다는 대목에는 『과장됐다』는게 현철씨의 예상답변이다. 각종 이권개입여부에 대해서는 『증거를 제시하라』는 식으로 공격적으로 대응할 방침. 사조직 운영자금에 대해서는 『사무실 임대료는 내지 않았으며 직원 인건비는 박태중씨의 지원으로 해결했다』고 말한다는 계획이다.
○자택주변 긴장감
한편 현철씨의 구기동 중앙하이츠빌라 자택에는 24일 외출하거나 찾아오는 사람 하나 없이 고요한 긴장감만 감돌았다. 자택 정문옆 관리실에는 청와대에서 파견나온 경호원 3명이 경비를 서고 있을 뿐 현철씨나 현철씨 가족은 일절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학생들의 기습시위에 대비해 3월부터 배치됐던 서울경찰청 기동대병력도 4월들어 대부분 철수했으며, 현재는 6명만이 도로변 외곽경비를 담당하고 있다.
빌라 관리인은 『현철씨는 박경식씨의 비디오테이프 공개사건 이후 집에서 칩거하며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았다』며 『마치 징역살이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집에는 현철씨와 부인, 가정부가 함께 있고 자녀들(2남1녀)은 학교에 갔다』며 『청문회 준비 등을 위해 찾아온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이영성·이동훈 기자>이영성·이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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