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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그때 그시절이 유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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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그때 그시절이 유행한다

입력
1997.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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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교복에 단발머리면 드라마 시청률이 오르고 펑크·나팔바지가 재등장/창조력 고갈·현실부정의 반작용일수도 있지만 왜 하필 70년대인가?/우울하고 어두웠지만 역동성의 매력 때문일까<검푸른 바닷가에 비가 내리면 어디가 하늘이고 물이오 그 깊은 바다 속에 고요히 잠기면 무엇이 산 것이고 죽었소 눈 앞에 보이는 친구의 모습 흩날리는 꽃잎 위에 어른거리오 …> (「친구」 김민기 작사·작곡)

70년대를 생생하게 살아온 세대에게 있어 그 시절은 우울하고 어두웠으나 역설적으로 무한한 역동시대로 기억된다. 독재와 억압과 분노, 그리고 그 잊을 수 없던 부자유스러움. 이를 깨치려는 분출, 무엇보다 순수를 지키려는 몸부림…. 김민기는 당시의 마른 정서를 윤택하게 색칠해 읊조렸다. 그의 노래로 대변되는 70년대의 문화 속에는 고통과 생명의 의지가 함께 헐떡거렸다.

요즘 우리 문화의 주된 흐름중 하나는 「복고」이다. 새로운 것도 좋지만 옛 것에도 새 것 못지 않게 집착하기 때문이다. 판단할 수 없는 현재와 가늠이 불가능한 미래가 모두에게 뒤를 돌아볼 것을 강요하는 것일까?

게다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뒤돌아보는 시선이 쏘아대는 탄착점이 70년대에 군집을 이루고 있다. 옛 것중 유난히 70년대가 유행하는 것이다. 아직 그때 우리 문화의 정체성과 철학이 무엇이었는지 단정하거나 찝어낼 수 없는데도. 물론 그런 작업은 시간적으로 이르겠지만, 일단 외형에 대한 흉내와 동경은 곳곳에서 눈에 띈다.

방송 드라마에 있어 스토리의 일부라도 70년대에 걸치면 높은 시청률을 보장받는다. 한때 스타들을 모아놓고 청소년들의 시청을 강요했던 트렌디 드라마나 현대물이 이제는 그저 그런 반응을 얻는 반면, 초반부라도 주인공들에게 교복을 입히고 단발머리 가발을 씌우면 단번에 시청자들의 시선을 끈다.

95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SBS의 「모래시계」를 필두로 같은 방송사의 「옥이 이모」 「형제의 강」, 공식적인 시청률 조사 이후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최근 종영한 KBS의 「첫사랑」 등. 모두 70년대의 매케한 연탄 아궁이 냄새와 후미진 골목을 배경으로 시작했다.

색바랜 군복을 다듬어 평상복처럼 입는 아버지, 짙은 눈화장을 하고 분홍색 양산과 빨간 핸드백을 든 저잣거리의 주모, 까까머리에 교복 칼라를 단정하게 세운 주인공 등. 대부분의 연출자나 작가는 단순히 「추억으로의 초대」를 의도했지만, 그 매력은 초대 이상으로 강력했다.

70년대의 정서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소설이나 희곡이 새삼스럽게 다시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것도 특기할만한 현상이다. 대표적인 작품이 작가 최인호씨가 70년대말에 썼던 소설을 뮤지컬로 만든 「겨울 나그네」. 작품의 흥행 여부를 떠나 당시 젊은 영혼의 방황이 요즘에도 먹힐 것이라고 판단한 기획의 근거가 「70년대로의 복고」에 있는 듯하다.

대중음악에 있어서도 70년대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펑크의 재등장과 유행이다. 펑크 그룹 삐삐롱스타킹. TV 생방송에 출연해 손가락으로 욕을 하고 카메라에 침을 뱉어 방송출연정지라는 처벌을 받았다. 이들의 행위는 그러나 20년전 우리 젊은이들이 하고 싶었지만 서슬 퍼런 사회 분위기에 눌려 참아야 했던 구식 젊음의 발산이다.

연주하던 기타를 때려 부수거나 밟아 망가뜨리고, 마이크를 내던지고, 괴성과 욕설을 내지르는 평크록은 이미 70년대 우리보다 자유로운 나라에서 뜨거운 사랑과 맹렬한 비난을 동시에 받은 젊은 문화의 상징이었다. 펑크의 재등장은 우리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가수 조관우와 장사익도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60∼70년대의 노래들을 리메이크한 조관우의 앨범 「메모리」는 가요의 복고 바람을 크게 일으키면서 옛 노래의 낭만과 서정을 청소년들에게 알리는 역할을 했다. 완벽하게 연마된 가창력을 가진 장사익의 노래는 그 자체로 70년대풍이다. 그의 콘서트는 항상 매진이며 성인 뿐 아니라 어린 청중도 상당수에 이른다. 두 가수가 모두 소리꾼 수업을 받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입고 신는 것도 그때로 회귀하고 있다. 아래 통을 넓힌 소위 나팔바지, 요즘 청소년들이 즐겨입는 골반에 걸치는 힙스터바지, 전성기의 비틀스가 즐겨 입었던 작은 재킷 속에 장식 많은 셔츠를 받친 남성 패션 등은 모두 70년대 거리를 누볐던 옷들이다. 앞굽을 크게 높인 구두도 마찬가지이다. 70년대 멋을 내려했던 고등학생들은 훈육교사에게 혼줄이 나고 맨발로 집에 돌아가면서도 학생용 단화의 앞굽을 높게 고쳐 신었다.

유행의 사이클을 정확히 측정하고 예측할 수 있는 장치는 물론 없다. 요즘처럼 모든 사고가 얽히고 혼합하는 크로스오버(Cross Over)의 시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유난히 70년대에 집착하는 우리의 모습에는 무슨 이유가 있지 않을까.

문화비평가들은 복고의 원인으로 창조력의 고갈, 현실에 대한 부정 등을 꼽는다. 그렇지만 정확한 설명이 될 수 없다. 왜 하필이면 70년대인가.

◎박정희 그가 부활한다고?/소설 소재로… 대학생 선호인물로…/추모모임 ‘정영회’ 정식 출범도

70년대식 문화의 유행과 고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70년대의 문화는 박 전대통령과 유신이라는 그늘 아래서 존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70년대식 문화가 다시 유행하는 것이 그와 상관이 있다는 논리는 지나친 비약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때를 같이 해 그에 대한 재평가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사실은 흥미롭다.

<내 소설의 주인공 「허정훈」의 모델이 된 인물은 우리가 오랫동안 고통받은 군사독재의 원조로, 지금 그 이름이 대역죄의 교수대 위에 걸려있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미워하는 이 인물의 이야기는 단지 인간의 운명에 관심이 있는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해해줄 것이다. 운명의 극한, 정열의 감정과 모험의 극한을 체험한 모든 인간이 바로 나라고 느끼는, 그런 소설을 읽게 되는 것이다>

작가 이인화씨가 최근 펴내 화제가 되고 있는 장편소설 「인간의 길」의 서문이다. 이 소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하고 있다. 이씨는 그를 군사독재의 원조로 못박으면서도 인간적인 접근을 장치로 그를 미워하는 사람들과의 화해를 은근히 주선하고 있는 듯하다.

1966년생으로 당시의 상황을 치열하게 겪었다고 여겨질 세대는 아니지만, 혹 있을지도 모를 비난을 각오하고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을 파헤쳐보려는 용기가 평가받을 만하다.

최근 고려대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박 전대통령이 복제인간 모델 2위에 올라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김영삼 대통령이 그 반대의 경우로 선정돼 현실에 대한 대학생들의 허탈감과 자조를 표현했다는 평가가 내려졌지만 많은 사람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자유 추구의 열망이 가장 높은 젊은이들이, 그것도 압제에 대항하는 선봉자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고려대의 학생들이 박 전대통령을 그렇게 평가했다는 사실은 화제거리가 될만 했다.

25일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정식으로 출범한다. 정영회라고 이름이 붙여진 이 모임은 생전에 그의 밑에서 일하던 사람들, 개인적으로 친분관계가 있는 인사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드라마에서 단골로 박정희 역을 맡았던 연극배우 이진수, 탁구계의 이에리사, 전 권투 세계챔피언 홍수환씨 등이 모임의 멤버들이다.<권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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