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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칙대출’ 자금시장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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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칙대출’ 자금시장 흔든다

입력
1997.04.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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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통어음통한 기업­종금­은행간 ‘쿠션거래’/진로그룹 채권단·부도방지협약 발목잡아기업과 은행, 제2금융권을 넘나들며 이뤄진 「쿠션대출」이 진로그룹 채권단과 부도방지협약의 발목을 잡고 있다.

쿠션대출이란 한마디로 기업이 제2금융권을 통해 은행 혹은 다른 계열사의 자금을 빌려쓰는 방식. 대출창구와 실질적 전주가 다르다는 점에서 불법은 아니지만 변칙에 가까운 자금조성방식이라 할 수 있다.

24일 금융계에 따르면 부도방지협약 발효이후 종금사들이 지급제시한 1,056억원의 진로발행 어음중 대부분은 이런 우회방식의 대출에 의해 할인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쿠션대출의 가장 대표적 유형은 융통어음을 통한 기업-종금-은행간 거래. 기업은 종금사에서 기업어음(CP)을 할인하고 종금사는 이 기업어음을 은행신탁계정에 중개 판매한다. 기업이 대출을 받는 곳은 종금사이지만 종금사는 중개수수료만 챙길 뿐 실제 돈은 은행신탁계정에서 나온 것이다. 금융계는 진로그룹이 종금사 CP중개를 통해 조달한 자금규모가 5,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정상 은행은 진성어음만 취급할 뿐 융통어음할인은 불가능하다. 은행이 종금사에서 CP를 매입, 그 돈이 해당기업으로 흘러갈 경우 모양은 유가증권투자지만 결과적으론 은행이 융통어음을 직접 할인해준 것이나 다름없다.

이때 은행들은 대출희망기업에 CP매입대가로 특정 종금사까지 지정하면서 대표적 꺾기수단인 개발신탁가입까지 요구하고 있다.

부도방지협약이 은행과 종금사간 마찰로 삐걱거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협약에 따르면 향후 진로그룹지원은 채권금융기관들이 기존 대출잔액 비율에 따라 부담해야 하는데 CP중개방식은 실질적 대출주체가 은행임에도 불구, 회계상으론 종금사 여신으로 잡힌다. 따라서 종금사들로선 실제 대출보다 훨씬 많은, 중개부분까지 포함한 액수의 추가여신부담을 안아야 할 형편이다.

종금사 관계자는 『종금사는 대출아닌 중개만 했을 뿐이다. 종금사의 진로그룹여신중 상당액은 CP중개에 의한 거품』이라며 단순 대출잔액비율에 의해 금융기관이 추가여신을 부담토록한 협약규정개정을 요구했다.

은행권내에서도 추가여신지원액 산정시 종금사 부담분중 CP중개액은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한편 종금사를 끼고 타계열사의 돈을 끌어쓰는 것도 쿠션대출의 한 방식. 대기업들은 계열사간 자금이동을 부당내부거래로 규제하는 증권거래법 및 공정거래법 등을 피하기 위해 자금여유가 없는 A계열사가 종금사에서 융통어음을 할인하고 자금여유가 많은 B계열사가 그 어음을 매입하고 있다.

채권은행단의 한 관계자는 『진로그룹내에도 자금사정이 넉넉한 계열사와 그렇지 않는 계열사간에 이같은 자금거래가 적지않은 것으로 안다』며 『계열사 주거래은행들 조차 실질적 채권규모를 제대로 추산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이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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